데미안책방 출신 삼인방 의기투합… 퇴계동 H마트에 오픈

지역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던 데미안책방이 문을 닫은 지 약 6개월, 시민의 아쉬움을 달랠 새로운 대형서점이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청년서점’. 지난 9월 퇴계동 홈플러스 지하 1층에 문을 열었다. 수도권의 대형서점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학습지·아동·문학·인문·사회·과학 등 분야별 책 1만5천여 권이 230여 평 규모의 매장을 넉넉히 채우고 있다. ‘청년서점’의 주인장은, 춘천 토박이자 데미안책방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김민섭(32)·이재호(33)·이정훈(41) 씨이다.

‘청년서점’의 주인장들은 “문화를 경험하고, 꼭 책을 사지 않아도 편하게 쉬다 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데미안책방이 올해 4월 30일 공식 폐점을 하고 한 달 정도 더 남아 마무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아쉬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이 들었다. 셋이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서점을 한 번 더 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대형서점이 없어졌는데 왜 또 서점이냐?며 아내부터 지인들까지 격렬하게 말렸다.”(웃음)

이들은 창업 과정에서 고충도 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찾아갔지만 서비스업이 배제되어있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서 결국 각자 모아둔 돈과 대출 등으로 서점 문을 열었다. 앞으로 창업할 청년들을 위해 실질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도 전했다.

데미안책방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면모를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손님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숫자가 아닌 총 6가지 색깔의 게이트로 코너를 분류했다. 노란색 게이트는 유아·어린이, 초록색은 경제·인문·사회·과학, 주황색은 가정·취미·예술, 빨간색은 소설·시·에세이·만화, 보라색은 초중고 학습지, 파란색은 외국어·수험서·IT 등이다. 마트에 입점한 이유는 굳이 도서구입을 하지 않더라도 책이 가족의 일상에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엄숙하고 정적인 서점보다는 휴식도 하고 때로는 시끌벅적한 서점이고 싶다. 대형스크린과 놀이 공간을 마련해서 부모들이 장을 보는 동안 아이들은 책을 보거나 놀 수 있도록 꾸몄다. 일상생활이 회복된 후에는 밴드 버스킹, 독서토론, 시민 커뮤니티 활동 등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걱정했던 거보다는 손님이 좀 오고 있다며 미소를 짓지만 아직은 세 사람의 월급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청년서점’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6개월 안에 안정화되는 것이 목표이다.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홍보를 하고 도서 주문을 받고 있다. 도서관에 없는 책을 서점에서 빌려볼 수 있는 시립도서관 ‘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도 참여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경험하는 곳, 꼭 책을 사지 않아도 편하게 쉬다 가는 곳이 되도록 만들어가겠다. 편하게 들려달라”며 인사를 전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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