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기자

두 딸의 아빠인 기자는 가끔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아래를 가르키며 불편한 모습을 보일 때면 그렇다. 늘 아빠의 기우(杞憂)로 끝나버리지만 딸이 자라면서 쓸데없는 걱정이 자꾸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최근 3년간 초·중등 교원 성 비위 징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성매매, 성추행, 성폭행, 성희롱 등으로 징계를 받은 교원이 총 440명이다. ‘440명’은 극소수다. 하지만 그 극소수 선생님들이 징계를 받은 일들 중 일부는 기자의 학창시절의 기억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일로 치부됐다. 그 시절에는 그것이 성추행이나 성희롱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나서 생각하면 절대 하지 말아야 했던 행동이었다. 그런 일이 여전히 학생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440건 중 피해자가 학생인 경우가 278건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미성년자와 장애인 대상이 187건이다. 소수가 한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피해를 입은 학생에게는 너무도 힘든 기억이다. 학교는 학생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강력한 처벌 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학생 간 성 관련 사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근에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학교 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문제의식은 커지고 있지만, 일부 학교는 ‘아이들 장난’ 정도로 치부하고 방치하고 있다. 문제는 교사마다 성폭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후속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피해 학생의 입장을 이해하는 교사가 있는 반면, “남학생이 장난치다 그럴 수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교사도 존재한다.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중학교의 남학생이 휴대폰을 이용해 학교와 학원에서 여학생들을 불법 촬영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학교는 청와대 청원을 올린 학생을 추궁하고 다른 학생들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 유포’, ‘법적 책임’ 등을 운운하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후속 조치보다는 관리 책임을 우려해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 학교 내에서 피해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일선 학교 교사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도 성 관련 피해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가해자 처벌에 교사들의 부담이 느껴질 수 있다. 어린 나이일수록 심한 성폭력의 경우에도 가벼운 장난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에 대한 경각심을 교육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 간 성인지 감수성의 차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학생들 간,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성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혀야 비로소 학생 간 성폭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워드
#교원성비위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