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는 없다 / 최원형 / 자연과 생태

공지천 좌안길 노지에 살며시 고개를 내민 이름 모를 들꽃들보다 인위적으로 풍성하게, 듬뿍 심어진 구절초가 가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흔들어 대고 있었다. 자라섬 남도길을 걸으며 가을맞이 입장권과 맞바꾼 향기로운 꽃내음은 플라스틱 일회용 컵 속의 커피만큼 금방 사라졌다.

가을맞이를 위해 물질을 소비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마냥 평온해 보이지는 않는다. 얼마 전 꿈마루에서 오늘의 위기를 되돌아보며 미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착한 소비는 결코 없다는 결론이 마음을 무겁게, 그리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원시 공동체 사회였더라면 차라리 마음이 이처럼 무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생활하게 된 우리의 소비패턴이나 생활방식 그리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요즘이다. 착하면 안 될 것만 같은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착한 소비는 멀고도 먼 현실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상품 소비-물건 소비는 물건만 소비하지 않는다 

에드워드 흄스에 의하면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생두는 대략 4만 8천 킬로미터가 넘는 이동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도달한다고 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 하나하나의 이동 거리를 모두 따져보면 대체 그 거리가 얼마일 것이며, 그 거리에서 또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었을까?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이다. 물건 소비는 단순히 물건만을 소비하는 일일 수가 없다는 말, 공감한다. 하지만 오늘도 소비의 주체인 나는 커피 한잔을 기울이며 일자리에 앉아있다. 

에너지 소비-미세먼지, 남 탓 아닌 내 탓

자잘한 일상용품에서 큰 가전제품까지 우리가 쓰는 상품 가운데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찾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이제 남 탓을 멈추고 주체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마음 소비-공정하게 그리고 함께

마스코바도, 정제하지 않은 설탕으로 필리핀 네그로스섬에서 사탕수수 농민을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다. 가격은 일반 설탕의 4배 정도로 비싸지만 500g 한 봉지를 사면 농민을 위한 후원금 100원이 적립된다고 한다. 생태 환경을 보존하는 비용과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생태 환경을 보존하는 마음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건 어떨까….

자연 소비-조금 모자라게, 더욱 지혜롭게

겨울딸기가 불편한 이유는 따뜻한 태양의 기운을 오롯이 받으며 대지의 영향으로 키워져야 할 딸기가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화석연료와 결국 폐비닐이 될 운명인 비닐 속에서 달콤함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결국 화석연료와 비닐을 먹게 되는 셈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네 파트, 41개의 소제목으로 짤막하게 구성된 이 책은, 머리말에서부터 이스터섬 이야기를 통해 경고하고 있다. 여생을 자연과 함께하고 싶다면 오늘, 지금부터 지혜로운 소비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사회적 시스템도 바뀌지 않을까?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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