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국방부가 지난 10월 14일 기존 농·축·수협과의 맺었던 군납 관련 ‘수의’계약을 앞으로 4년 후인 2025년까지 완전 폐지하기로 발표하였다. 이날 발표한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급식에 제공되는 농축산물을 2023년 70%, 2024년 50%로 축소하고 2025년에는 전량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연간 1천 600억 원의 농축산물을 군납하는 강원도 접경지역 농민과 축산인 및 어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번 발표의 계기가 된 사건은 최근 군 장병들에 대한 형편없는 부실급식 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방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다. 군 당국은 이번 기회에 군납의 경쟁 입찰을 통해 급식의 질을 높이고, 자율적인 식단 편성으로 장병들의 식단 선호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경쟁 입찰을 통해 과연 군 장병들에 대한 안전한 먹거리가 보장되고 질 높은 식단이 제공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지역 언론에 의하면 이미 시범 경쟁 입찰을 실시하는 군부대에서는 외국산 수입 저가 축산물의 납품이 넘쳐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역의 한 부대의 경우 납품 39개 제품 중 31개 품목이 외국산 냉동제품이었고, 돼지고기 12개 품목과 소고기 5개 품목 역시 전량 냉동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원도민일보》 21.10.18) 우리도 모르는 사이 군 장병 부실급식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사태가 강원 북부지역 농업 및 축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2021년 현재 전체 군 급식 조달 규모는 1조 6천억 원 수준이며, 이중 국내산 농산물은 1천900억 원, 축산물은 4천100억 원대로 전체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강원도 농산물은 523억원, 축산물 1천157억 원으로 총 1천680억 원 가량을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농가 중 대다수가 영세한 자영농들로 대규모 자본과 유통채널을 보유한 대기업 및 외국기업과 상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태풍 앞에 촛불의 신세가 될 것이다. 현재 강원북부 접경지역 일원은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10%도 못 미치는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국방개혁 2..0으로 인한 군부대 이전, 코로나로 인한 각종 축제 취소 및 관광객 감소, 이상 기후 등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 차원의 특별재난구역 선포 등의 지원을 통한 특별대책을 마련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수십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군납 수의 계약마저 뺏어간다면 그야말로 정부 차원의 고사(枯死) 대책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체 이런 정책이 어떻게 백주대낮에 버젓이 시행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장동 문제에 대해서는 열을 내면서도, 정작 ‘군납 수의 계약 폐지’와 같이 지역의 존폐가 달린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국방부 질의 한 번, 대책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음 주에 지역의 농민들과 축산 경영인들이 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군청으로, 군부대 앞으로 나온다 한다.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이 잔인한 싸움을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이 앞장서 하루 빨리 끝을 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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