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민 인턴기자

‘한국의 행보에 미국과 프랑스가 감명받고 일본이 경악하며 중국이 벌벌 떤다.’

유튜브에서 횡행하는 ‘국뽕(맹목적인 애국심) 채널’의 제목을 정리하면 이렇다. 국뽕 채널이란 편협하고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유튜브 채널을 아우르는 용어다. 다른 버전으로는 ‘한국의 과학 기술에 미국이 무릎 꿇고 전 세계가 경악했다’가 있다. 이쯤이면 세계인들의 하루 일과에는 한국을 보고 경악하는 일도 포함돼 있는 듯하다. 해당 국뽕 채널들은 적게는 몇십만, 많게는 수백만 정도의 조회 수를 보유하고 있다. ‘잘 팔린다’는 뜻이다. 영상을 시청해보면, 대다수가 거짓말과 왜곡만 늘어놓고 있는 ‘가짜뉴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가짜뉴스에 매혹될까?

이유는 ‘소속감과 성취의 부재’다. 원시인 때부터 우리는 집단에 소속돼 있을 때 안정감을 느꼈다. 이는 유전자 깊이 내재된 동물적 본능으로,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천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가족, 연인, 친구를 넘어 회사, 조합, 정치집단 등 다양한 집단이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은 국가에 주목한다. 일말의 노력 없이 태어나기만 해도 ‘국민’이라는 소속이 생기기 때문이다. 타민족에 배타적인 국수주의자들은 국가 간 경쟁에서 본인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국뽕 콘텐츠’를 찬양하게 된다. 진실 여부는 상관없다. 오로지 감정이 좋지 않았던 국가들이 경악하면 그만이고, 유럽이 무릎 꿇으면 더할 나위 없으니 말이다.

성취의 부재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N포세대. 경제활동인구에 접어든 현 청년들을 일컫는 용어다. 연애, 취업, 내 집 마련, 해외여행 등 많은 것을 포기하는 탓에 생겨난 별칭이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를 시기하고, SNS를 보며 허탈감을 느낀다. 부모 세대의 도움 없이는 서울의 작은 집 한 채 구하기 힘들다. 성취의 부재를 겪는 이들이 국뽕으로 눈을 돌렸다. 칭찬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우러러보고 칭송하는 말에 뿌듯함을 느낀다. 공중파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비빔밥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에 알 수 없는 고양감을 느낀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칭찬에 목마른 청년들이 단물을 찾고 있다. 

유튜브에서 한국을 논평하는 외국인들은 흥행 보증수표다. 국뽕 채널들은 이를 활용해 직접 외국인들을 섭외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모두 아르바이트다. 돈을 주고 외국인들을 고용해 한국에 대해 좋은 말만 해달라고 하는 식이다. 어눌한 한국말로 일본보다 한국이 낫다고 말하면 수십만 조회 수쯤은 우습다. 불닭볶음면을 먹고 눈물을 글썽이며 그래도 한국이 좋다고 말하면 돈벌이가 된다. 대한민국의 편리한 대중교통을 보고 눈이 돌아가면 게임 끝이다. 주로 서양인들 영상의 조회 수가 높은 점으로 미뤄보아, 이들은 서양인들을 신격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적당한 애국심은 기본 소양이라지만, 도를 지나쳤다.

국뽕은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열등감과 불만족이 뿌리가 된다. 사랑하는 나라가 ‘무궁한 발전’을 하길 원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은 답이 될 수 없다. 오로지 냉철한 이성과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문제 제기, 개인의 진취적인 성장만이 답이다. 우리는 ‘국뽕 콘텐츠’를 찾아다니기 전에, 스스로의 정신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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