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커뮤니티 내 족보 구매 글 한 달간 70건 이상
“관습일 뿐.”, “비양심적이다.” 의견 부딪혀…
족보 거래, 징역 5년 이하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가능

강의 내용과 지난 시험 출제 유형을 모은 이른바 ‘족보’ 거래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횡행하고 있다.

시험 기간마다 대학생 커뮤니티에 ‘OOO 교수님 족보 구합니다.’라는 글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족보란 특정 교수의 강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지난 시험 문제들을 모아놓은 자료를 뜻한다. 특히 출제 유형의 변화 없이 매년 비슷한 문제가 출제되거나 오래된 강의일수록 족보 수요는 높아진다. 지금까지는 주로 강의를 수강했던 선배가 후배에게 자료를 넘겨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금전 거래까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족보를 둘러싼 논쟁도 일어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 익명의 대학생은 “제발 양심껏 공부하자. 족보를 구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나는 억울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에 “억울하면 돈 주고 구해라”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한 달 동안 특정 강의의 족보를 구한다는 글은 70여개가 넘었다. 강원대학교 재학생 한 모(22) 씨는 “나도 시험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 족보를 구했다.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리면 쪽지가 온다. 치킨 기프티콘 하나로 구할 수 있었다”며 “공부를 미리 해놓지 않아 편법을 쓰는 느낌이지만 죄책감이 들진 않았다. 그리고, 족보를 구하더라도 암기는 해야 한다.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재학생은 “동일한 출발선에서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남들보다 적은 노력을 들이면서 높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인맥이나 돈으로 성적을 거래하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다. 정당한 노력에 정당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며 “바보라서 공부하는 게 아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밤을 새워 공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족보가 하나의 관습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씨는 이어서 “강의 족보는 오래 이어져 내려온 관습이다. 이전부터 선·후배끼리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교수들도 족보의 존재에 대해 알 것인데, 방치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족보로 혜택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성행하고 있다. 탓을 하려면 매년 비슷한 시험 유형이 출제되는 관행에 해야 한다. 인맥이나 돈을 이용해서 편하게 공부하는 것도 전략이라면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 강의는 현행 저작권법 제4조가 지정한 강연·연설 등의 어문저작물에 해당한다. 강의 자료를 개인 및 친구 등 ‘한정된 범위’ 내에서 비영리로 배포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배포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게재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제30조에 위반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비대면 강의로 새롭게 등장한 ‘강의 녹화본 공유’ 역시 저작권법에 위배돼 처벌받을 수 있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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