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내멋대로 어느 멋진날〉

지난 10월 마지막 주말과 11월 첫 주말에 복합문화공간 ‘용궁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내맘대로 내멋대로 어느 멋진날>은 학습에 지친 청소년들이 문화예술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는 자신만의 공간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나다움’을 발견하고 드러내며 수용 받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사업을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사의 역량강화도 도모한다. 특별한 프로그램인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문화재단,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춘천문화재단 등 문화와 교육을 아우르는 주요 기관들이 힘을 모아 진행하는 사업이다.

<내맘대로 내멋대로 어느 멋진날>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고 있다.

이날 처음 만난 청소년들은 게임과 더불어 포스트잇에 각자의 스트레스, 고민, 장점, 좋아하는 것, 나만 아는 일상생활 꿀팁, 배우고 싶은 것 등을 적는 등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일)을 통해 각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소통하며 친해졌다.

이후 팀을 나누어 자신만의 공간을 꾸몄다. 공간꾸미기를 통해 그동안 마음속에 눌러 담아왔던 청소년들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 모든 과정이 브이로그 영상으로 촬영됐다.

공간이 꾸며진 다음 날에는 가족들이 초대됐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나 집에서 접하지 못하는 문화예술을 경험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활동을 하고 와서 엄청 신나했다.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참가 학생은 “이틀의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나를 더 잘 알게 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하나의 공간을 통해 ‘나다움’을 발견하고 가족 간 이해의 폭이 깊어진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칭찬만큼이나 아쉬움이 적지 않다. 당초 20명의 학생을 모집하려 했지만 10명 남짓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는 점, 프로그램의 특성상 청소년 보호시설 등이 함께 협력하여 여러 고민을 안고 사는 청소년들이 참여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을 진행한 목선혜 작가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선택권이 없다. 선택을 한다는 건 나를 드러내고 나다움을 찾는 것이다. 말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주고 이해와 인정을 받게 돕는 프로그램이기에 특성화된 대상이 참여할 때 효과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 박지은 사원은 “SNS 홍보와 더불어 여러 관련 기관에도 참여를 요청했지만 반응이 적었다. 중3과 고교생은 학원과 입시준비 때문에 시간을 잘 내지 못했다. 하지만 브이로그 영상을 재단 유튜브 채널 등에 공유하며 프로그램의 장점이 널리 알려져 향후 다른 기회에 더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라며 아쉬워했다.

과거와 크게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입시에 매몰되어 ‘나다움’ 찾기를 미루며 살아간다. 나의 발언권을 갖고 나의 공간에서 나의 속마음을 말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모처럼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만나 반가웠지만, 더 많은 청소년과 가족들이 좋은 경험을 나누지 못해서 아쉽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회가 준비된다면, 문화재단도 아쉬워만 말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기 바란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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