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태 시인(시민기자)

고여 있음으로 빛나는 물은 저수지뿐이다. 젖통이 열 개인 돼지가 새끼 열두 마리를 낳았다. 계산상으로는 두 마리가 굶어죽어야 하는데, 열두 마리 모두 살아간다. 에미가 양보를 모르는 새끼들을 떠밀어 골고루 먹이는 것이리라.

빛나는 물도 썩을 줄 안다.

고여 있음으로 썩을 수 있는, 썩어가는 바닥에서 부글거리는 애벌레, 언젠가 진흙바닥으로부터 솟아올라 날개를 푸드득이며 날아오르려는 애벌레의 생.

박기동 시집, 〈나는 아직도〉 중에서

재활은 저수지의 생태와 새끼 낳은 돼지를 병치로 보여준다. 저수지는 물을 가둬 담아놓은 곳이다. 저수지의 물은 농사에 쓰일 물이다. 고이면 썩는다는 경구를 비틀어 오히려 썩어서 빛나는 생을 얘기한다. 그 썩은 곳에서 알을 까고 나오는 애벌레, 날아오르는 애벌레도 이 세상에 함께 사는 생명이다. 그래서 빛나는 물이 된다. 그러니까 저수지의 썩음도 생명을 부활시키듯 열두마리 새끼를 낳은, 젖통이 열개인 돼지가 여분의 생명을 살린다. 새끼들은 본능에 충실함으로 분명 두 마리 새끼는 어쩔 수없이 죽을 수 있음에도 어미의 자애로 모두 산다. 이렇게 보면 저수지의 새로운 생명과 돼지의 생명을 병치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건 인간 삶과 자연의 생명을 병치하여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구도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써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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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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