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섭해물칼국수

아침 바람이 가을을 건너뛴 듯 쌀쌀하다. 차가운 겨울이 오는 듯하더니 이내 낙엽이 거리를 뒹굴며 가을 낭만을 더 한다. 올 한 해도 이런저런 일들로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왠지 한쪽 구석에선 쓸쓸함이 고개를 드는 썰렁거리는 가을이다. 날씨 탓, 기분 탓으로 따뜻함을 채우고 싶은 몸과 마음이라면 찾아가 볼 곳이 있다. 20년 넘게 칼국수로 발길을 붙잡는 곳, 동원 칼국수가 바로 그곳이다.

효자동 석사천 주변에 자리한 동원칼국수는 섭해물칼국수만 판매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단 2시간 30분만 영업한다. 칼국수에 더욱 애정이 가는 이유라면 날마다 새벽 6시에 당일 판매할 칼국수를 썰어 놓는 것이다. 동원칼국수는 예약이 되지 않는 것이 매력 아닌 매력이다. 얼큰한 해물칼국수가 땡기는 날에는 직접 찾아가서 자리를 잡고 인원수만큼 주문하면 끝이다. 맛있게 먹으려면 본인 입맛에 따라 매운맛의 정도를 미리 말해 주는 것이 좋다. 맛집이란 건 먹어봐야 아는 건데 사설이 좀 길었다. 동원칼국수는 일반 가정집을 깔끔하게 개조해서 방마다 테이블이 있어 더욱 정감이 간다. 2대째 영업을 해 오는 곳이라서 믿고 먹는 단골손님이 많다.

지인들과 찾아가 4인분을 시켰는데 먼저 물과 반찬이 나오는데 찬이 딸랑 김치 한 가지다. 칼국수의 자신감이 뿜뿜 배어 나온다. 김치는 맛김치다. 살짝 익어서 먹기에 딱 좋다. 맛있어서 한 항아리 더 달라고 해서 먹었다. 김치 때문에 오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드디어 커다란 양푼에 한가득 푸짐하게 나온다. 빨간 얼큰한 해물 국물에 하얀 칼국수가 단풍 들듯 물들고 있고 그 위에 파와 호박이 올려있다. 순간 바다향 가득 품은 쫄깃쫄깃 탱탱한 면발이 이내 혀를 사로잡는다. 섭(홍합)은 간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과 철분이 많아 음주 후 숙취 제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칼국수 면발이 기계면이 아니고 손으로 썰어서인지 뭔가 다른 담백한 맛이 풍미를 더 한다. 이제 먹을 준비를 하자. 국자로 칼국수 속에 숨어있는 섭을 위로 올려 면이 익기 전에 모두 찾아 껍질을 제거하면 먹기 좋다. 칼국수가 나오고 바로 시작해서 홍합껍데기를 다 제거하면 바로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집게로 면을 앞접시에 건져놓고 국물을 한 국자 위에 붓고 바닥을 긁어 아까 껍질을 제거한 홍합을 듬뿍 올린다. 먼저 숟가락으로 국물을 두세 번 먹어 따끈함과 해물의 진한 맛을 느껴보라. 전날 음주를 했다면 최고의 해장이 되리라. 면을 다 건져 먹고 나면 국자로 바닥에 있는 바지락이며 털격판담치, 오징어, 미더덕 등을 알뜰히 꺼내먹자. 남은 국물은 각자 그릇에 적당히 담아두자. 그리고 볶음밥을 꼭 시키자. 볶음밥 먹을 때 칼국수 국물은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볶음밥을 살짝 담가 적셔 먹던지 아예 말아먹어도 기가 막힌다. 무얼 먹어도 역시 마무리는 밥이 최고다.

동원 칼국수는 첫째, 셋째 일요일은 휴무다.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하루에 2시간 30분만 한다. 위드 코로나로 인해 인원 제한도 풀렸으니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분들과 가족 동반 모임으로 따끈한 섭해물칼국수를 먹으며 서로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녹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효자동 696-1/ 254-8195

이철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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