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정 인턴기자

육아를 함께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1.6%로, 그중에서도 남성 육아 휴직자는 2010년 493명에서 2019년 4천1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에서 ‘자유부인’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이러한 통계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자유부인’, 1954년 발표된 정비석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이후 영화, 드라마에도 많이 사용됐다. 유부녀의 불륜 등을 통해 퇴폐한 사회 풍조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자유부인’은 육아 중인 엄마들 사이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육아에 얽매여 있다가 남편 또는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고 온전히 휴식을 즐기며 스스로를 ‘자유부인’이라 칭한다. 그런 휴식시간을 ‘자부타임(자유부인 타임)’이라고 부른다.

인스타그램에 ‘자유부인’으로 해시태그 검색을 해보면 무려 114만여 건이 넘는 글이 올라와 있다. 맘카페 등에도 ‘자부타임’을 자랑하고 인증하는 글들이 셀 수 없이 올라온다. 여성들이 육아를 할 때 자유가 얼마나 없으면 이러한 자조적인 신조어까지 만들어낼까? 3살과 6살 아이들 육아에 지친 기자의 언니도 “딱 이틀만 아이들 없이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어”라며 소위 ‘자유부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자유부인’은 육아의 주체를 여성으로 한정 지어, 남편이 육아를 도와줘야만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세태를 반영한다. 다시 말해 ‘자유부인’이 엄마들한테서만 유행한다는 건 한국사회에서 육아는 여전히 엄마들의 영역이라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불과 수년 전 만 해도 육아는 온전히 여성이 도맡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은 바깥일을 전담하고,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시대의 풍조였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 부부 공동육아문화가 정착되며, 남성의 육아휴직도 늘어나긴 했지만, 육아의 주체는 여전히 엄마라는 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육아로 인한 부담을 잠시 접어두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칭하는 말에 특정 성이 붙어서 어느 한쪽의 역할로만 규정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부모 모두를 담는 신조어가 태어날 수 없는 걸까? 

‘자유남편’이라는 신조어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자유남편’으로 해시태그 검색을 해보면 1만여 건의 글이 나온다. ‘자유부인’의 114만 건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자유부인’이라는 말에는 한편으로 여성과 남성의 갈등을 내포하기도 한다. 결국 국가의 제도가 육아·돌봄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반영한다.

부모의 공동육아문화 조성을 위한 관점의 변화와 현실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부인’과 함께 유행 중인 ‘젊줌마(젊은 기혼 여성)’나 ‘건조기이모님·로봇청소기이모님(가사도우미를 이모님에서 부르는 것에서 따온 명칭)’처럼 ‘가사일’에 굳이 특정 성을 붙여서 일에 성별 범위를 한정 짓게 만드는 사회 풍조도 점차 사라져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할 일이 많다. 신조어는 국가의 숙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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