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가족상담전문가 심리상담사)

“가슴이 답답해요.”, “숨쉬기가 힘들어요.”, “너무 화가 나요.”, “억울해요.”,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놓곤 한다. 마치 언제라도 듣기를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이 있는 것처럼 쉴 틈 없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목적도, 길도 없이 사건의 내용을 여기저기 풀어놓기에 바쁘기만 하다. 일목요연하지도 않다. 내가 힘들고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생각나는 대로 쏟아놓았다. 수치스럽고 외롭고 절망적인 느낌과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까지 한참을 쏟아놓고 나면 그제야 긴 숨을 들이쉰다. 침묵 속에 시작된 문장이 마음을 두드렸다. ‘그렇게 견디고 사느라 힘들었겠네요!’ ‘어떻게 견뎌내셨어요.’ 그 한마디에 애써 참으며 말했던 글썽글썽한 눈에 또르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제야 잠잠해졌다.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동안 그 많은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만 놓았지 풀 곳이 없었던 답답함에 마음의 병이 온 것이리라 여겨진다. 눈물은 여러 감정들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보석으로, 나의 일부이며 나를 대변하는 샘물이다. 그간의 아픔, 고통, 외로움, 답답함, 좌절됨 등. 그래서 눈물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들어주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는데, 함께 울어줄 수만 있다면 그 치유의 힘을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필자 또한 어지간히 눈물을 많이 흘리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늘 눈물샘이 준비되어 있기라도 하듯 감정의 기류가 깊어지기라도 하면 준비되어 있는 수문을 열기라도 하듯 눈물이 또르르 흐르고 만다. 이런 나를 보며 주변의 지인들은 “또 운다”라는 말로 핀잔의 느낌으로 말을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어쩌면 지금 내가 살아있는 것이.

“울어도 괜찮아!” 이 짧은 말을 통해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낼 수만 있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울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한 수치심, 외로움, 슬픔 등으로 갖는 고통이 아니라 울어서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의 아픔들을 펼쳐 보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이미 치유의 면역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 울어보자! 힘든 당신 “울어도 괜찮아!” “지금까지 견뎌온 것만으로도 수고했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우는 것을 선택해 보리라.

김영숙(가족상담전문가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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