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전면개정) / 유시민 지음 / 돌베개 펴냄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쁘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 신형철) 진저리치게 공감한다. 20세기의 역사는 부족 본능의 역사였다. 피아를 구분해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선’과 ‘악’을 가른다. 피부색, 언어, 종교, 이념, 정치체제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눌 수만 있으면 된다. 이 갈라치기의 역사 끝은 위태롭다. 역사는 절멸의 위기를 줄타기하듯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모든 것이 ‘헛되고 또 헛된’일이지만, 인간은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고 믿으면서 불합리한 제도와 관념에 도전했다. -369쪽]

20세기는 민주주의를 문명의 대세로 만든 100년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제국은 무너졌고,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은 공화정을 선택했다. 사회주의 혁명은 실패했다. [지구는 작아지고 세계는 한마을이 됐다. 비행기. 열차. 자동차. 선박이 공간을 압축했다. 정보와 자본은 빛의 속도로 국경을 건너뛴다. 모든 것이 서로 얽혔다. 어떤 중대한 사건도 독립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와 만인의 평등을 토대로 삼아 권력자를 선출하고 권력을 제한, 분산하는 민주주의가 보편적 정치체계로 자리를 굳혔다. 세계는 문화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균질해졌다. -본문] 

20세기의 서막을 알리는 드레퓌스 사건,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에서 시작된 사라예보 사건으로 촉발된 제1차 세계대전, 유럽의 변방 제정러시아에 불어 닥친 레닌의 사회주의 혁명, 그 파고를 헤치며 대장정에 성공한 마오의 중국통일,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대공황을 발판으로 인간의 가장 악한 모습을 보여 준 히틀러의 세계 2차대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팔레스타인의 참상, 마지막 민족해방전선으로 기억될 베트남 전쟁, 흑인 민권운동의 이단아 말콤엑스, 인류 절멸의 시나리오 핵무기, 냉전 시대를 종언한 독일통일과 소련의 해체까지 100년간 이어 온 숨 가쁜 ‘역사의 시간’을 통해 오늘을 반추해 본다.

나는 이 책의 초판 독자다.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사이공의 흰옷》 같은 책들을 볼 즈음이었는데, 고등학생이었던 내겐 커다란 충격이었고, 제도권 교육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에 분해하던 나에게 단비와도 같은 책으로 기억된다. 30여 년 만에 완전히 다시 쓰여진 이 책 앞에 내 사유의 폭은 한 뼘이라도 더 성장한 것일까? 20세기를 관통한 저항의 역사는 21세기에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품고 있는가? 스스로 신이 되려 하는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인간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사람에게는 당연한 목표가 있지만, 그런 목표를 자연의 작용에 투사하는 것은 착각이다. 어떤 일이 인간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는 존재가 없다고 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스티븐 핑커, 《지금 다시 계몽》.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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