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견장 조례안 시의회 보류, “사회적 합의 더 이뤄져야...”
동물보호단체 행강, “개 도살·유통은 엄연한 불법.”
도견장 자영업자, “법적 근거 부족한 주장, 생계 대책 필요.”

시내 도견장 관련 조례안이 보류된 가운데, 도견장 존폐에 관한 갑론을박이 불거지고 있다.

제313회 춘천시의회 임시회 기간이었던 지난달 28일, 경제도시위원회에 ‘춘천시 개 도축장 폐업 및 업종전환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안건으로 올랐다. 안건을 발제한 시 반려동물동행과는 그간 동물보호단체 ‘행강’ 등이 진행한 집회와 항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해당 조례안을 ‘보류’ 처리했다.

행강이 입양한 ‘천복이’의 구조 당시 모습      사진 제공=동물보호단체 행강

행강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춘천시 반려동물동행과와 이야기를 나눴다. 관계자는 도견장 전·폐업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끝내 시의회에서 해당 안건을 보류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화가 나는 상황이다”라며 “집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도 강아지들이 죽어가고 있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시설이 춘천에서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행강은 시내에서 도견장 철폐 집회를 총 23차례 진행했다. 또한 이번 주 내에 집회를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3개월 전쯤, 시내 도견장에 갇혀있던 강아지가 긴급 격리됐다. 이후 우리가 그 개를 직접 데려왔다. 이름은 ‘천복이’라고 지었다. 현재 천복이는 보호소 시설에서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가축’으로 지정돼 있지 않으므로 유통·판매할 수 없다. 엄연한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시 반려동물동행과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도견장 전·폐업을 다룬 조례안을 냈다. 그러나 결국 시의회에서 보류 처리를 받았다. 사실상 개는 법적으로 ‘반려동물’이자 축산법의 ‘가축’에도 속하지만, 관련 조례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개를 잔인하게 죽이거나 가혹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이 맞다. 하지만 개를 도축하거나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할 법이 없는 무법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에 도축업자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도견장을 운영하는 A씨는 “2년 전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 도축·유통이 정말 불법이라면, 장사를 그만두겠다. 떳떳하지 않은 장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개 도축과 유통이 불법이라는 증거가 없다. 법적 근거도 없이 목소리만 높이면 뭐가 해결되나? 나는 이 사업으로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 개가 불쌍하다고 업장 닫으라고 하면, 우린 무엇을 먹고사나?”라며 불만을 표했다. 이어 “불과 얼마 전에도 동물보호단체와 시청 직원들이 와서 영업을 방해했다. 자꾸 들어와서 시비를 걸고 항의를 하는 탓에 농장 근처를 지나는 차만 봐도 치가 떨린다. 나는 단 한 번도 위법을 저지른 적이 없다. 법이 개 도살을 막는다면, 정말 멈추겠다. 양심껏 장사하고 싶다”며 “자꾸 사람들이 찾아와 철책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논란은 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대선공약 중 하나로 ‘개 식용 금지법’을 내세우자 전국육견인협회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개 식용 금지 조항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개 식용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이라는 의견도 많다. 리얼미터가 지난 6월에 실시한 ‘개고기 섭취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항목이 72.1%에 달했다. ‘개고기 섭취에 대한 정부 역할의 필요성’ 항목에선 ‘필요하다’가 37.3%, ‘필요하지 않다’가 38.8%로 나타났다. 이에 시 반려동물동행과 관계자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모자라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타협점이 마련되면, 확실하게 끝맺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도견업자도 “무턱대고 농장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법률 근거와 상생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일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황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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