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같은 해에 치러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대선이 내년 3월 9일, 지선이 내년 6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표심의 향방을 점쳐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선 8기 춘천시장 선거가 약 7개월 앞두고 주요 입지자들이 연이어 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현재 후보군만 10여 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에 역대 춘천시장 선거의 경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춘천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이 강세

역대 춘천시장 선거결과를 보면 춘천은 보수 진영이 강세를 보였다.

1995년 처음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보수정당인 민자당 배계섭 후보가 당선돼 민선 1기 시장으로 취임했다. 1998년 제2회에서도 배 전 시장은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2002년 제3회에서는 배 전 시장이 당적을 진보진영인 새천년민주당으로 바꾸며 한나라당 후보였던 류종수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이광준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 역시 새누리당 최동용 후보가 당선되며 춘천은 보수의 텃밭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탄핵 바람’이 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수 후보가 당선되며 이 공식이 깨졌다.

역대 춘천시장 선거에서 최대득표율 당선자는 2014년 지방선거 최동용 새누리당 후보였다. 당시 득표율이 58.03%였다. 가장 적은 득표율을 얻은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 이광준 당선자였다. 당시 선거에는 자유선진당 류종수 후보, 국민참여당 유현규 후보, 미래연합당 심재학 후보, 무소속 최동용 후보 등 다양한 후보가 나와 36.19%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다 득표수를 차지한 후보는 2018년 더불어민주당 이재수 후보였다. 득표수는 7만916표였다. 최소득표 당선자는 2006년 한나라당 이광준 후보로 4만3천369표였다. 그러나 이 모든 수치는 유권자 수와 투표율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  

현재까지 춘천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재수 현 시장을 비롯해 10여 명이다. 이 중 공식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는 모두 5명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장을 시작으로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원선희 전 강원대병원 감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최동용 전 시장이 재도전하고, 이광준 전 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허소영 도의원과 강청룡 도지사 농업특보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상민·한중일 시의원, 최성현 전 도의원, 변지량 전 춘천경실련 사무국장, 이달섭 전 특전사령부 부사령관이 시장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진보진영 정권 수성 VS 보수진영 정권 탈환

보수 텃밭이었던 춘천에서 첫 진보계 시장을 배출했던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촛불집회가 중심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의 ‘정권심판론’이 작용했다. ‘탄핵 바람’을 탄 당시 선거에서는 시장뿐만 아니라 시의회도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다. 또한 최문순 도지사의 3선은 물론 도의회에서도 춘천선거구 5석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당선됐다. 춘천의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진영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작년(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가 당선되는 등 그 여파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위기가 이어지리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내년에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3개월 앞서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춘천이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의 텃밭이었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재수 시장은 제7회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의 바람을 타고 득표율 50.09%를 얻어 최동용 전 시장(38.63%)과 변지량(11.26%)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 시장의 재선 의지가 굳건해 보이는 가운데 당내 경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육 전 원장과 유 전 사장이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며 이 시장 당선 당시 선거를 도운 캠프 인사들이 다른 선거캠프로 이동해 움직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의 지지세력이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선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보수진영의 후보가 춘천시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박빙의 승부를 거쳐 진보진영 후보의 당선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보수진영에서는 정권 탈환을 위해 민선 4기와 5기 시장을 지낸 이광준 전 시장과 민선 6기 최동용 전 시장이 최근 잇따라 출마를 선언했다. 전직 시장들의 잇따른 출마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들은 민선 7기 춘천시정과 민주당의 실정을 출마 이유로 밝히고 있다. 현재 보수진영은 신·구 세력이 후보군을 형성하며 공천을 위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직 시장들에 맞서 최성현 전 도의원, 이상민·한중일 시의원 등의 신진세력의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본선에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공천을 한다는 입장이다.

역대 춘천시장선거에서 배계섭 전 시장과 이광준 전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초대 민선시장인 배 전 시장은 당적을 바꿔가며 3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 전 시장은 도지사를 출마로 돌아서면서 3선에 도전하지 않았다. 류 전 시장과 최 전 시장은 재선의 길목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번 선거는 대선 직후에 치러지게 돼 대통령 당선자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어 여·야 후보 모두 본선 진출을 위한 공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춘천 정치 지형변화에 진보진영 기대

최근 춘천의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춘천의 유권자들은 진보진영의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이것이 춘천 정치 지형변화의 시발점이라는 의견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춘천의 시장과 국회의원은 보수진영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자연스럽게 보수진영 정당의 후보들은 공천에 힘을 기울였다.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도 춘천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2만4천여 표 뒤졌다. 이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1만여 표를 더 줬다. 하지만 2017년 대선 이후 2020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춘천·철원·화천·양구 갑 선거구에서 재선 의원이었던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를 제쳤다. 진보진영은 새롭게 바뀐 춘천의 정치 지형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춘천 투표성향 읍·면은 보수, 동은 진보

역대선거에서 춘천의 정치 성향은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읍·면 지역은 보수진영 정당, 동 지역은 진보진영 정당의 득표율이 높았다.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는 춘천 도심 14개 선거구에서 50.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면 지역에서는 46.5%를 득표했다. 반면 김진태 후보는 면 지역에서 47.9%를 얻었지만 동 지역에서는 44.1%만 얻으며 패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역은 퇴계동이다. 춘천 갑 선거구에서 허영 당선자는 6만6천932표(51.32%)로 김진태(5만7천298표·43.93%) 후보를 9천634표(7.39%) 차이로 이겼다. 퇴계동에서는 허영(1만2천845표·53.44%) 당선자와 김진태(1만150표·42.23%) 후보 간 격차는 2천695표(11.21%)로 벌어졌다. 퇴계동에서의 득표격차는 춘천 갑 선거구 전체의 27.97%에 이른다. 퇴계동12투표구에서 허 당선자는 1천740표(61.85%)를 확보, 김진태(951표·33.80%) 후보를 789표(28.05%) 차이로 따돌렸다. 800여 표에 이르는 격차는 동내면(830표 차이) 한 개 면과 비슷한 수준이다.

진보진영 후보에게 표가 몰린 것은 신흥 주거단지 젊은 인구의 표심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춘천에는 올해 4천531세대, 내년에는 7천431세대가 새 아파트 단지에 입주하거나 입주 예정이다. 이 같은 인구 유입과 이동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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