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춘천 한국지역도서전’

지역출판이란 지역에 위치한 출판사가 지역작가와 함께 지역의 역사·문화 등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지역의 언어, 공동체의 삶이 담겨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 파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본이 몰리면서 국내 출판시장에서 각 지역 출판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춘천의 경우 ‘도서출판 산책’, ‘달아실 출판사’, ‘문화통신’ 등 지역출판사와 ‘서툰책방’, ‘책방마실’, ‘있는그대로’, ‘실레책방’, ‘파피루스’, ‘아직 숨은 헌책방’ 등 독립서점, 그리고 일부 작가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책에 담거나 소개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민들이 공지천조각공원에서 각 지역의 다양한 출판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지역의 잡지 및 단행본 출판사의 연대 조직인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지역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며 지역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해 왔다. 2017년 제주를 시작으로 수원·고창·대구에 이어 춘천에서 5번째 지역도서전이 공지천 조각공원과 시립도서관, 청소년도서관, 세종호텔에서 지난 12~14일에 열렸다.

‘2021 춘천 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문화의 가치를 발굴해 온 지역 출판사들의 역량을 확인하고 지역출판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확인시켰다. 

추위가 잠시 물러간 주말, 가족·친구·연인 등 시민들은 ‘지역을 키우는 지역의 힘’을 주제로 춘천에서 제주까지 지역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1천여 권의 단행본 및 잡지가 전시된 공지천조각공원에서 책과 함께 늦가을 오후를 보냈다. 이밖에 ‘책읽는 풍경사진’전, ‘북아트마켓’, 춘천학연구소와 춘천문화재단의 ‘춘천문화기록전’, 오정희·전상국·이외수·이순원 등 뛰어난 지역작가들의 문학도서전 ‘춘천을 노래하다’, ‘강원도기록전-오래된 미래’, 포럼과 세미나 등 2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지역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책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김현정(후평동·30) 씨는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이뤄져 있고 다양한 이슈의 세미나 등 지역 출판의 현재와 미래를 다 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행사였다. 책을 매개로 춘천과 전국 각 지역의 상황을 볼 수 있는 흥미롭고 유익한 행사였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포럼과 세미나가 열려 지역출판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제언을 남겼다.

지역 출판의 경쟁력?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동네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것”

13일 시립청소년도서관에서는 한국출판학회와 한국지역출판연대가 ‘지역출판생태계에 디지털을 입히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지역출판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제언을 남겼다.

이은호 교보문고 eBook사업팀 차장은 “인구감소·고령화·수도권집중·개인주의 극대화 등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책을 통해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 특히 지역출판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역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출판물 전용코너, 지역 사투리를 활용한 오디오북 등 지역성과 공동체를 담아내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독자를 위해 틱톡과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홍보, 메타버스를 활용한 도서추천·이벤트·사인회·낭독회 등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전의 마지막 날, 현장에서 만난 유현옥 춘천지역출판연대 대표는 “우리 지역과 동네의 가치를 찾아서 책을 만들고 그를 알리는 지역출판인들이 있다는 것을 시민독자들에게 알리고 지지받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타 지역 출판인들도 힘을 많이 받고 돌아갔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춘천 출판의 미래를 위해 신경 써야 할 점에는 “지역출판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해왔지만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역량과 관심이 부족했다. 세미나 등을 통해서 앞으로 춘천의 출판을 오디오나 영상매체로 전환하는 등 2·3차 콘텐츠 전환에 대해 각 출판사마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지역 출판물 데이터화도 지역출판연대를 중심으로 각 출판사들이 공동작업에 나서야 한다. 낱개의 콘텐츠를 묶어서 하나의 로컬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숙제이다. 유 대표는 “지역출판의 경쟁력은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동네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것에서 나온다. 이것을 디지털에 탑재하는 기술적인 것은 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지역 출판물의 의미·가치·확산·지지를 통한 동력 마련에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문화도시를 자처하는 춘천시 그리고 생태환경의 보고인 강원도가 할 일이 많다. 춘천은 춘천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역의 삶과 문화·역사 이야기를 꾸준히 책으로 펴냈고 있지만, 《봄내길 따라가는 느릿느릿 춘천여행》(문화통신), 《강원도 오래된 미래》(산책) 등 기관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빨리빨리’가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이다.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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