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일상화에 생태·환경·상생 가치 더하며 마무리

그 흔한 일회용 컵이나 홍보전단지가 하나도 없었다. 시민들은 폐현수막으로 제작된 에코백·장바구니·앞치마와 축제 현장에서 사용된 캠핑용 의자·모기장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등 쓰레기 없는 축제에 동참했다. 올해 펼쳐진 춘천마임축제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사)춘천마임축제(이사장 최양희)가 퇴계농공단지 일대의 노동자들과 주변 주민들을 위해 지난 13~14일에 진행한 ‘2021 신나는 예술여행 찾아가는 행복유발단’을 끝으로 올해 준비한 시즌별 축제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퇴계농공단지에서 열린 ‘신나는 예술여행’이 올해 춘천마임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산과 일상화된 축제를 선보이며 지난 4~11월 8개월간 봄·여름·가을 시즌 축제와 6개의 상설사업으로 총 412회의 공연·전시·체험을 펼쳤다. 올해는 분산과 일상화에 환경·생태·공동체라는 가치를 더하며 축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농아인을 위한 ‘말 없는’ 공연, 주말 노동자들을 위한 평일 백양리역 힐링 공연, 육아로 지친 부모들을 위한 공연, 문화가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는 공연 등 축제가 소외시켰던 계층에 다가갔다. 또한 이전의 축제가 가졌던 소비적·향락적·반생태적 모습에서 벗어나, 친환경 체험프로그램과 친환경 로컬마켓, 축제 물품을 값싸게 판매한 중고마켓, 일회용품이 없는 축제장, 홍보전단지를 대신한 40인치 모니터·스마트 패드·QR코드 등 ‘지구의 봄’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 다양한 프로그램 곳곳에 생태환경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약 9만 5천여 명의 관객들이 참여하며 이에 호응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한여름의 오후와 기온이 뚝 떨어진 늦가을 밤, “아마 찾는 이가 없겠지?”기자의 예단은 매번 빗나갔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면 시민들은 늘 축제 현장을 채웠다. 의심의 여지 없이 시민의 사랑을 받는 축제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받는 이유가 무얼까? 2년 만에 돌아온 ‘물화(火)일체’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추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으리라. 팬데믹은 축제의 주제와 형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보게 했다. 춘천마임축제는, 지난해 펼친 ‘춘천마임백씬(100scene project)’이 시민의 일상적 공간에서 안전하게 펼쳐져서 코로나시대 새로운 축제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제9회 예술경영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전국의 많은 축제들이 왁자지껄 먹고 마시고 흐트러지는 축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춘천마임축제가 있었고 올해도 기대에 부응했다.

축제는 이제까지 큰 사건·사고·재해가 있을 때마다 열리지 못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단계적 일상회복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축제는 언젠가 또 다시 멈출 수 있다. 춘천마임축제가 내년에 선보일 새로운 방향이 궁금하다. 멈추지 않는 축제, 시민을 위로하고 화합의 장이 되어줄 축제 말이다. 

강영규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은 “내년 마임 축제의 지향? 일단은 쉬고 싶다.(웃음)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생태·환경·공동체의 가치는 기본이다. 그에 더해서 혐오와 배타성을 넘어서는 환대, 춘천이라는 도시의 재해석 등 시대와 지역의 고민을 축제에 담아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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