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한보나

사람은 누구나 마음 한편에 시와 노래를 품고 산다. 그의 목소리가 전하는 시와 노래를 들으면 그가 보이고 삶이 보인다.

최근 복합문화공간 ‘파피루스’에서 자연과 사람을 노래하는 작은 공연이 열렸다. 자그마한 체구의 싱어송라이터는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춘천>, <그 섬을 해치지 마요>, <home>, <숲으로 가자>, <곁> 등의 자작곡을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들려주어 30여 명의 관객에게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했다.

한보나 씨가 ‘파피루스’에서 열린 공연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한보나. 한 주가 지나 그를 다시 만나, 그가 품은 노래와 삶을 들었다. “춘천은 초등학교부터 고교 시절까지 살았어요. 복지단체 소속 어린이 합창단을 시작으로 마음속에 노래가 자라고 감성을 키워준 곳입니다.” 진학을 계기로 춘천을 떠난 후에도. 대학의 아카펠라 동아리, 성가대 등 노래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낮에는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특수학급교사로, 퇴근 후와 주말에는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2016년,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했던 노래 두 곡이 음반기획사의 눈에 들어와 미니앨범 <떠나>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어 여성 프로젝트 듀오 ‘모노앤보나(mono&bona)’로 활동하며 일상의 감성이 반짝이는 편안한 가사와 멜로디의 노래를 들려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년 남짓 지나 활동을 접었다. “대도시의 삶에 많이 지쳤어요. 또 나를 온전히 표현하는 노래를 찾고 싶었어요. 일도 동료도 모두 좋았지만, 미루고 싶지 않은 숙제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대도시를 떠나 자신의 노래를 찾기 위해 향한 건 춘천이었다. 2019년의 일이다. 교동에 작은 카페를 열고 춘천의 자연에서 위안을 받으며 회복과 영감의 시간을 가졌다. “힐링의 시간이었어요. 마음속 안개가 걷히고 여유가 생기면서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춘천문화재단 ‘도시가살롱’의 채식프로그램 기획, 전기 사용 최소화와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춘천사회혁신센터의 ‘제로전환카페’, ‘한 평 댄스’ 음악담당 등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동시에 창작에도 다시 불을 지펴 문화재단의 신진예술가 지원으로 <숲으로 가자>, <춘천>, <곁> 등 3곡을 발표했다. 

춘천에서 연 첫 공연, 크게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알음알음 찾아온 관객들이 카페를 꽉 채웠다. “답답할 때면 강원창작개발센터 전망대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레고랜드 때문에 가지 않아요. 제 노래 <그 섬을 해치지 마요>는 자연이 파괴되어가는 제주도이고 중도이고 이 땅의 어느 섬입니다.” 특유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로 나무와 숲처럼 늘 곁에 있어서 당연한 듯 무심하게 지낸 수많은 존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앞으로도 위로와 힐링을 전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어요. 춘천 안팎에서 나와 나의 목소리를 원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서 힐링의 나무를 심고 싶어요.” 조만간 그는 강릉의 청년단체 ‘무엇이든’과 <지누아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협업을 한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늦가을 교동의 골목길, 어느 집 감나무에 홍시 두 개가 탐스럽게 달려 있었다. 아마도 넉넉한 마음의 주인이 까치밥으로 남겨뒀으리라. 한보나의 노래가 그런 노래가 되길 응원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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