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동면엔 한국 유일 옥광산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백옥광산이 있다. 1970년대부터 채광을 시작했고 옥 찜질방을 개장하면서 관광객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한때 관광버스들이 즐비했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전성기 시절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다.

최근 해외로 판매되던 옥이 사드와 코로나로 매출이 줄고 서비스 기반 사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들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젊은 여성대표가 옥산가라는 어려운 사업체를 새롭게 운영 중이라는 소식은 시민들의 궁금증을 사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아는 옥광산 사업체는 옥을 채광하는 ㈜대일광업과 쥬얼리·식음료 판매, 문화공간 운영 등의 서비스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대일생활건강이라는 분리된 법인이 있다. 이 대일생활건강이라는 회사의 새 대표 김주희(38) 씨를 최근 문을 연 옥광산 내 카페 ‘옥앳티’에서 만났다. 

‘열린 아트랩’ 운영 시 기업에서 예술기반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는 김주희 대표

김대표의 고향은 춘천이지만 중학교를 채 마치기 전 서울로 이사하여 학창시절을 보내며 20년도 넘게 고향을 떠나있었다. 지난 20여 년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간단한 이력을 물었다. 

“고향이 춘천이고 교대부속초등학교 졸업 후 남춘천여중을 다니다가 서울로 전학을 갔어요. NGO단체에서 근무하다, 우연한 계기로 승무원이 되어 승무원을 약 2년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그 전공을 살려 ‘열린 아트랩’이라는 회사를 동료와 함께 만들었어요. 열린 아트랩은 예술기반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피카소로 보는 리더십’같은 인문학 강의를 기업대상으로 진행하는 곳이에요. 아직도 제 파트너가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후 플랫폼 비즈니스를 배우고자 ‘달리셔스’라는 F&B 회사에서 운영총괄이사로 일하다가 춘천에 내려왔는데 했던 일들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좋은 경험들이 됐어요.”

서울로 전학을 간 후로는 춘천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춘천에 계셨지만 별다른 교류 없이 지냈다. 그가 꾸려온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향한 것은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달아실 전시관 뒤편 ‘제이드 앤 모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마련된 웨딩공간

“원래 가업은 오빠가 이어받을 예정이었어요. 경영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을 다니며 경력을 쌓고 있던 오빠를 갑작스런 사고로 멀리 보내줘야 했습니다. 무척 마음 아픈 일이었고 이후 제가 서울에 살면서도 오빠의 빈자리까지 채우고자 아버지와 더 많은 소통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 여파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악화 기사가 언론에 주요 토픽이 되며 저희 가업 역시 사업이 어렵다는 소식은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올 초에 아버지로부터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짐을 싸고 내려왔어요.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던 가업이라 꼭 지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2월에 내려와 3월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상황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기존 전시관이나 서점 등 광업에 기대야 하는 생활 건강 사업에선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는 모든 것을 감내해서라도 문화사업을 하려 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회사 존치를 위해 구조조정은 필수였고 모든 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밀려있는 일들을 처리하고 법적으로 걸려있는 문제들 파악하는 데도 오래 걸렸어요. 구조조정은 필수였죠. 아주 사소하더라도 쓸데없이 새는 것을 찾아 막아야 했어요. 직원은 80여 명에서 20여 명 대로 줄였고요. 그러다 보니 미움 살 일도 많았을 거 같아요. 어찌 됐든 오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분들이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인터뷰도 좀 꺼렸었는데…. 지금 직원은 임금 삭감에도 남아있는 분들이 반이고 좋지 않은 여건에도 함께 하기로 한 분들이 반이에요. 그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이분들과 다시 한번 재도약의 꿈을 꾸는 것이 행복해요”

3월부터 9개월간 쉼 없이 달렸다. 스스로 일 중독이라 말할 만큼 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일했다. 그동안 경험치가 다른 사람들의 10년 치는 되는 듯하다. 평일엔 회사 대표로 사무 일을 보고 주말엔 새롭게 문을 연 ‘옥앳티’카페에서 매장을 돌보고 있다. ‘옥앳티’는 그가 회사 대표로 오면서 처음으로 만든 브랜드이고,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이렇게 쉼 없이 달려도 에너지가 넘친다고 한다. 

“옥앳티는 카페 이름이자 브랜드예요. 세계 유일한 백옥광산을 응용한 브랜드로써 서울로,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카페는 위치적으로 미술관과 옥 쥬얼리 판매장을 잇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고요. 처음엔 투자금액이 또 들어야 하니까 임원과 직원들 반대도 많았어요. 하지만 다시금 생명력이 넘치는 장소로 탈바꿈되고 손님들께 좋은 호응을 받고 있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시관과 주얼리 판매장 사이 ‘옥앳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카페의 모습.

그는 또, 옥은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디자인을 바꾸고 외국인 모델을 고용해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부산물을 이용한 옥 비누나 화장품도 젊은 감각을 동원해 업그레이드시켜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아버지인 김현식 전 대표가 관심과 정성을 쏟았던 문화예술 분야도 전시와 공연을 개최하며 다시금 문을 열고 있다. 또 다른 법인이었던 ‘데미안’ 서점이 폐업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라 꼭 다시 하자고 아버지와 약속했다. 최근 한국관광연구원에서 춘천시통합관광티켓 건에 합류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고 ‘달아실’전시관 뒤편 유휴공간은 ‘제이드 앤 모어’라는 웨딩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개장을 앞두고 있다. 

“친구들은 모두 춘천에 있어요. 직원들이 제 친구이자 가족 같아요. 저는 비전을 제시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소통하는 회사로 운영하고 싶어요. 낭만도시 춘천에 살게 된 것도 매우 만족해요. 어떤 이들은 폐쇄적인 도시라 사업을 하긴 어려운 도시라 했지만 저는 반대로 정이 많은 춘천사람들과 더 많은 일들을 해 나가갈 수 있을 거 같아요. 할머니는 광업을 일으켰고 아버지는 문화사업으로 확장해 나갔어요. 제가 3대째 잇게 됐는데 더욱 단단히 자리 잡아 문화·관광 도시 춘천에 부합하는 장소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김 대표는 이 많은 일을 함께 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을 표현하고 춘천에서의 옥광산에 대한 그림을 이렇게 그려갔다.

유은숙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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