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주야장천 들어왔던 이 말은 결론적으로 틀렸다. 일반 쓰레기의 종량제 배출이 시작된 1995년 이래로 온 국민이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동참하고 있는 나라에서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겠지만 내가 버리는 재활용품이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알면서도 매일 반복적으로 분리배출을 하는 걸까?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서? 아니면 종량제봉투값을 아끼기 위해서? 뭐 두 경우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이유지만 아마도 “그래야 하기 때문에”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폐기물의 처리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가 재활용이고, 두 번째는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은 퇴비화하기, 마지막으로 둘 다 해당하지 않을 경우 매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다시 재활용은 물질이 물질 그대로 재활용되는 고품질 재활용과 원래의 재료보다 낮은 품질로 재활용되는 저품질 재활용으로 나뉜다. 매립의 경우에도 소각하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부피를 줄이는 경우를 간접매립, 이 단계를 거치지 못하는 경우를 직접매립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폐기물처리 우선순위 원칙에 따라 26년간 재활용을 기대하고 분리 배출하였지만, 분리 배출한 쓰레기는 ‘제대로 배출하지 않아서’, ‘재생원료 단가가 맞지 않아서’, ‘재생원료 품질이 좋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했다. 잔재물들은 머나먼 이국땅에,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에,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땅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이제는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이라는 명제를 되짚어 봐야 한다. 

90년대는 폐기물의 안전처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폐기물처리’ 시대였다. 2000년대에 우리는 폐기물의 발생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재활용(재사용, 재생이용을 포함)을 그 다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폐기물의 안전처리를 강조하는 ‘자원순환 시대’로의 전환을 선포하였으나, 현실은 여전히 폐기물의 안전처리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가 폐기물의 안전처리에 급급했던 세월이 쌓여 지구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폐기물의 올바른 분리배출과 재활용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서부터 기업의 경영은 물론 개개인의 생활 등 모든 면에서 폐기물 발생 억제 말고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2021년 현재도 기초자치단체의 정책은 아이스팩의 재사용, 올바른 분리배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벼룩시장 활성화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디 22년도에는 카페, 식당, 장례식장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다회용컵, 다회용 그릇 대여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하길 바란다.

송현섭(환경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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