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은 서리가 일찍 내려 단풍 없이 낙엽이 질 거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날씨는 다행히 예년 수준을 회복했고 언제나처럼 단풍이 예쁜 10월이 지났다. 

지난달 탐사 일정은 10일 남이섬의 생태조사와 22일 평화의 댐에서 산양 찾기였다. 춘천에서 방문자 수 1위의 유명 관광지답게 토요일 남이섬엔 관광객이 넘쳤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이라는 ‘특별함’을 경험하며 입장했다. ‘편리함’을 위해 도로와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특별함’을 잃는다. 남이섬처럼 춘천의 관광산업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얻는 특별한 요소들이 필요해 보인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남이섬 수변을 중점으로 탐사하기로 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공원을 유심히 보니 생명력이 느껴졌다. 질퍽하고 울퉁불퉁한 길, 썩은 나무 울타리, 죽어가는 나무와 옆에 피어나는 버섯, 땅에 떨어져 냄새 풍기는 은행, 코팅되지 않아 지워져 가는 표지판을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관광객들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자연을 만끽했다. 은행나무, 잣나무, 메타세쿼이아, 자작나무 등이 만든 거친 숲길을 지나면 오래된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들이 굴러다녔다. ‘자연을 이용한 생태공원이란 이런 것~!’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시에 이보다 더 멋진 공원이 될 수 있었던 ‘중도’의 현주소가 떠오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10월 23일 평화의댐 부근에 내려온 산양가족. 원거리 촬영이라 화질이 좋지않다.     사진 제공=고학규 시민기자

10월 말 날씨는 급하강했다. 산양 출몰지 제보를 받고 평화의 댐 부근에서 잠복근무를 서는데 온몸이 어는 듯했다. 약 세 시간을 기다렸을까. 해는 지고 어둑해지며 추위와 배고픔에 탐사를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강 건너 아찔한 비탈길에 산양 세 마리가 나타났다. 눈으로 산양을 보게 되다니…. 추위에 언 몸이 녹아내렸다. 

의암호에 겨울 철새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공지천 일대에 청둥오리와 작은 쇠오리들이 터줏대감 흰뺨검둥오리들과 다시 이웃이 됐고 우두동 온수지에도 10여 종 100개체가 넘는 철새들이 생기 넘치는 마을을 이루었다. 우린 다시 돌아온 철새들이 매우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두상이 예쁜 댕기흰죽지가 보고 싶은데 아직 행방이 묘연했다. 

겨울 철새 쇠오리가 공지천에 돌아왔다.     사진 제공=고학규 시민기자

우린 지난 1월에 탐사를 시작해 겨울 철새들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탐사를 진행해 왔다. 1년이라는 한 텀을 보내니 의암호와 소양호의 생태계가 조금 보인다. 탐사를 진행하며 팀원들은 조류 서식지를 배려하지 않은 수변 정비사업과 생태계 교란 식물들의 심각성도 알려왔다. 1년 동안 쌓은 데이터는 아직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지만, 자료를 만들고 공유하는 유의미한 탐사 활동이었다. 12월까지 두 번 정도의 공식 탐사 활동이 남아있지만 이른 아쉬움이 밀려든다.

유은숙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