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제법 괜찮은 밥상을 차렸다
[문화포커스] 제법 괜찮은 밥상을 차렸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1.12.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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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학교’가능성 확인… 과제도 남겨

“종이접기? ‘우리가학교’에서 성인들이 종이접기를 배운다고?” 기자는 약간의 회의감을 갖고 커먼즈필드로 향했다. 

수업은 기자 외에 시민 3명이 참여했다. 2명은 사정이 생겼다며 불참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종이접기가 만만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손과 두뇌가 동시에 활발히 작동하는 무척 수준 높은 창의활동이었다. 수업을 개설한 권호 씨는(70·농업) “제2의 두뇌인 손의 움직임을 통해 뇌를 활성화하여 아이들에게는 집중력향상, 어르신들의 치매예방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박미영(44·근화동) 씨는 “6살 아이가 색종이로 동물·로봇 등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배울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종이접기 수업이 생겨서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함께 수업을 들은 시민들 모두 비슷한 니즈를 갖고 있었다.

‘우리가학교’가 예비운영을 마쳤다. 사진은 ‘길고양이 구조하기 수업’

‘길고양이 구조하기 수업’도 유익했다. 전연진 씨는(유기동물보호연대) “유기동물 인식개선과 페티켓 등을 위해 수업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김용준 씨는(한림대 2학년) “친구가 어린 길고양이를 살린 감동적인 경험이 있다. 나도 제대로 배워서 보살핌이 필요한 길고양이를 돌보고 싶다. 책임감과 현실적인 조언도 들려주셔서 정말 유익했다”라고 말했다. 

춘천시와 마을자치지원센터의 역점 사업인 춘천시민학교 중 ‘우리가학교’가 지난 11월부터 12월 6일까지 예비운영을 모두 마쳤다. 영상편집·양말목공예·디자인협업·대화·손뜨개·우드카빙·명상·포토샵·요가·근현대미술 등 다양한 직업의 시민이 개설한 총 15개 수업이 각각 1~5회 진행됐고 수업당 적게는 2명 많게는 8명의 시민이 수강했다. 이번에 참여한 시민은 총 90명이다. 수업마다 정해진 학생 수가 채워지면 신청 폼을 닫기 때문에, 참여를 희망했던 시민의 수는 더 많았을 것이다. 

이재수 시장의 역점 사업인 ‘시민학교’의 개념과 비전은 지난 2019년 ‘춘천 시민학교 국제포럼’을 통해 알려졌고, 2020년 초에는 ‘춘천형 시민학교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통해 밑그림이 제시됐다. 이후 (재)마을자치지원센터가 고유사업으로 부여받아 다양한 실험을 하며 꾸준히 다듬어와서 지난 9월 ‘쉼표학교’가 먼저 시작됐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학교’가 시범운영 됐다. ‘쉼표학교’가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통해 삶의 전환을 맞는 장이라면, ‘우리가학교’는 일상에서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전환의 기회를 맞는 장이다. 내년에 진행될 ‘사다리학교’는 시민이 전환과 연결로 얻은 가치와 문화를 커뮤니티 활동으로 꽃 피우는 장이다.

수업 참여자들 대부분 “소소한 지식을 나눌 수 있어 뿌듯했다. 나의 지식과 경험이 이웃에게 도움을 주어 나의 자존감도 올랐다.” “큰마음 먹고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이런 수업이 꼭 필요하다.” “이번에는 가르쳤지만, 다음에는 배우고 싶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쇼’ 등 아쉬움도 있었지만, ‘시민 누구나 깊이 있거나 전문적이지 않아도 자기만의 경험과 지식을 다른 시민들과 나누는 장’이라는 취지에 걸맞은 괜찮은 밥상을 차려냈다. 

그런데 이렇게 의미 있는, 현 시장의 역점 사업이 속도가 더디고 시험적 성격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악재와 춘천형 시민학교라는 낯선 개념을 학습하고 널리 이해시키기 위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많은 정책과 사업들이 선거 결과에 따라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기에 염려된다는 말이다.

‘상설 공간’도 필요하다. ‘우리가학교’는 ‘춘천 어디나 학교’가 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커먼즈필드·마더센터·가정집·아르숲 생활문화센터 등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시민의 생활패턴, 접근성 그리고 매주 활발하게 열리는 각종 문화교육프로그램의 수요까지 고려하면 장소 섭외가 쉽지 않다. 이상적 구호보다는 메인 공간을 마련해 시너지를 높이는 게 낫다. 지역의 대학들과 협력하여 강의실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온라인 상설 플랫폼 구축’도 중요하다. 시민들이 개설하고 싶은 수업과 배우고 싶은 것, 양쪽 모두를 언제든지 제시할 수 있는 창구 즉, ‘클래스유’(온라인 학습플랫폼)의 ‘우리가학교’ 버전이 필요하다. 그를 통해 시민과 시민을 일 년 내내 연결하는 상설 ‘우리가학교’가 가능하다.

‘우리가학교’. 한마디로 서로 연결하고 배우며 다 함께 삶의 전환을 맞이하자는 거다. 굳이 덴마크 자유시민대학의 철학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번 시험운영 결과를 잘 검토하여 내년에는 제대로 안착하기 바란다. 돌다리는 충분히 두드렸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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