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거센 비가 한바탕 쏟아지더니 행인들의 옷이 두툼하니 무거워졌다. 추워지면 찾아오는 기러기 같은 철새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우리네도 겨우살이 장만에 김장도 하고 다가오는 동면의 계절에 준비가 한창이다. 김장 담글 때 고기 삶아서 먹던 보쌈이 그리워지고 덤으로 건강식인 따끈한 도토리임자탕도 그리워진다. 도토리임자탕 일번지를 소개하려 한다. 

도토리네집은 스무숲 뒷골목에 있어 단골들만이 오롯이 찾는 곳이다. 물론 아주 오래된 단골들이다. 70년대부터 공지천 최초 추억의 엔젤보트장을 운영하다 지금 이곳으로 옮겨와서 공지천의 추억을 떠올리며 단골들의 이야깃거리로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도토리네집 메인 메뉴는 도토리 음식과 동그랑땡, 보쌈이다. 나도 오늘은 장인어른을 모시고 와서 잠시 옛 생각에 잠겨보았다. 다리가 불편하신 장인어른이 편안히 드실 수 있게 입식으로 바꾸어서 놓아서 참 좋았다. 보쌈과 도토리임자탕 두 그릇을 시켰다. 여기에 오면 꼭 시키는 메뉴다. 임자탕만 시키면 아쉽고 보쌈과 같이 시키면 푸짐해서 접대하는 자리로도 안성맞춤이다.

먼저 커다란 접시에 보쌈이 나왔다. 둥그런 접시에 푸짐한 돼지고기 수육이 반, 쌈이 반이다. 수육은 먹음직스럽게 한 입 거리로 썰어 부드러웠다. 배추쌈의 노란 속잎이 상추, 깻잎, 향이 좋은 당귀와 함께 잘 어울려 있다. 빨간 보쌈 속을 들여다보면 김장 때 먹는 빨간 무채와 상큼한 생율채와 또 청양고추, 편마늘까지 구색을 갖춰 입맛을 돋우고 있다. 보쌈 상에 밑반찬도 가지가지다. 곁들여 나온 총각김치는 먹기 편하게 썰어나오는데 시원하고 적당히 익어 한 접시 더 먹었다. 물론 주인장의 손맛이 듬뿍 담긴 김치다. 먼저 배춧속을 손에 얹고 수육을 한 점 새우젓에 담근 후 올린다. 무채와 생율을 예쁘게 올리고 그 위에 당귀 하나를 가지런히 놓고 마늘 한 조각을 쌈장에 푹 찍어 함께 입에 넣으면 당귀 향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도토리임자탕은 도토리 수제비까지 등장한다. 뽀오얀 들깻가루에 부드럽고 구수한 임자탕은 어르신들이 무척이나 좋아하시고 즐겨 드시는 음식이 되었다. 특히 겨울철에 감기나 기관지에 좋고 백발의 노인이 복용하고 나서 머리카락이 검게 변했다는 얘기도 있으니 어르신들이 자주 드시게 하면 좋겠다. 도토리를 재료로 한 음식들은 모두 건강식이다. 식감도 좋고 소화 흡수도 잘 된다고 하니 어르신들께서 자주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특히 주인장의 손맛이 듬뿍 담겨 있고 친절한 것이 단골들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토토리네집은 연중무휴다. 오전 12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영업한다. 혼자서 음식도 하고 서빙도 해서 분주하다. 부모님이나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오면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는 집니다. 물론 보쌈 수육이 있어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는 집이다. 

이번 주말에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도토리네집을 가보자.

스무숲1길 46-5 전화 263-5856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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