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시린 겨울이 왔다. 얼마 전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책 중에 뜨개질에 대한 마음을 부풀게 하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그림책 《할머니와 뜨개질》에는 뜨개질을 좋아하고 잘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뜨개질을 좋아하는 할머니가 손녀에게 옛날에 낡은 스웨터나 해어진 양말을 버리지 않고 실을 풀어 낡은 털실 뭉치로 처음 뜨개질을 배운 이야기를 해주신다. 어려웠지만 주변의 응원에 포기하지 않고 결국 완성한 목도리 이야기, 가족들의 추억의 옷감을 풀러 그 목도리에 덧대어 만든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할머니의 지나온 역사가 들어있다. 할머니는 처음 완성했던 소중한 목도리를 손녀에게 선물로 주는데, 손녀의 실수로 그만 실이 모두 풀려버린다. 슬퍼하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다정하게 뜨개질을 알려주며 그림책 마지막 장이 끝난다. 이토록 뜨개질하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라니.

마침 얼마 전부터 겨울을 맞아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주려고 뜨개질을 시작했었다. 처음엔 뻣뻣한 손가락에 좌절하기도 하고, 열심히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전 놓쳐버린 코를 발견하고는 풀까 말까 고민하던 뜨개질 초보의 모습이 겹쳐졌다. 망쳤다고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풀어 예쁘게 만들 수 있는 대바늘이 마법의 지팡이 같다. 앞으로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도 할머니처럼, 나처럼, 손녀처럼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고 풀었다 다시 뜨는 과정을 겪으며 멋진 목도리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뿌듯해할 아이들의 얼굴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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