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태 (춘천 금산초 교사, 현 전교조강원지부 정책실장)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먹고 사는 문제가 모두의 관심사인 이때 입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갈등을 예방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사 선상에 오른 대통령 후보들의 진흙탕 공방을 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모두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국가는 이 사람들은 너무도 위험하다고 하여 나라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 나라의 주역이 될 학생들을 이 사람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교사이다. 

 현행 법률은 교사의 정치 활동 일체를 금지한다. 국가공무원법은 교사의 집단적 정치 의견표명을,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은 교사의 정당 가입 및 정치자금 후원을, 공직선거법은 교사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교원노조법 역시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일체를 금지하고 있다. 교사라면 다른 사람의 SNS에 ‘좋아요’ 한번을 누른 것도 공직선거법에 의해 기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법률들에 대해 지금까지 모두 합헌결정을 하였다. 교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고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 31조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헌재 판결의 요지이다.

 그러나 헌법 제31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과거 교육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던 역사를 반성하며 교육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새마을운동을 한다고 하면서 수업을 마치고 유신헌법을 홍보하러 다녔던 교사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교육이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위 헌법정신이 엉뚱하게도 교육 주체들의 사적 영역에서 가질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박탈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종교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교사가 주말에 교회에 다니는 일을 징계하거나 고소할 수 있는가? 수업시간에 성경책을 강독하지 않는 한 이것은 개인의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누구나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누구를 찍으라고 강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사가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징계나 기소가 가능하다. 그러한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는 교사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리가 없다.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공부도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하여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이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럽 국가에서는 교사들이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활동도 하고 정치활동을 마친 후 다시 교사로 복귀하기도 한다고 한다. 독일의회는 교사 출신이 의회 성원의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교사의 정치활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이러한 정치 후진국형 법률은 이제 개정해야 한다.

안상태(춘천 금산초 교사, 현 전교조강원지부 정책실장)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