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천604건… 절도·무단 이용·불법 투기·소변 테러 등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의 증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무인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전국의 무인점포는 약 10만 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 카페·편의점·아이스크림판매점·빨래방·스터디카페·밀키트매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의 경우 매장이 2017년 880여 개에서 지난해 3천600개로 급증했다.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인건비도 들지 않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의한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무인점포가 늘면서 매장 내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에 따라 매장 내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2019년 203건 정도였지만 올해는 9월까지 1천604건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판매 물품 절도가 가장 빈번하고, 계산을 실수한 것처럼 물품 일부만 계산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10대 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이 심야 시간대에 무인점포를 ‘아지트’로 사용하는 일도 있다. 밤 10시 이후 PC방 등 청소년의 입장이 제한되는 곳과 다르게 무인점포는 24시간 운영하며 시간에 따른 입장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수도권의 한 무인 사진관에서는 고객이 소지품 바구니에 소변을 보는 엽기 행각도 발생했다.

춘천과 주변 지역에서도 무인점포 내 다양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운교동의 한 무인카페에서 물티슈와 손 소독제 등을 훔쳐 가는 생활용품 절도 사건과 퇴계동의 한 무인 편의점에서 판매 제품 절도 사건이 있었다. 올해 3월에는 무인 PC방에서 범인이 금고를 통째로 훔쳐 간 사건도 있었다. 범인은 무인PC방 4곳에서 약 200만 원의 현금을 절도했다.

후평동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점주는 “CCTV를 모니터링 하는 담당 인력을 별도로 두고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가끔 일부러 계산 실수를 하는 분들이 있다. 3번 정도 있었다. 금액이 소액이라 신고는 하지 않고 그 이후 절도에 대한 경고문을 크게 붙여놨더니 그런 일이 더 생기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석사동의 한 무인 카페 점주는 “가끔 청소년들이 구매는 안 하고 무단으로 매장을 이용할 때가 있다. 소위 ‘아지트’처럼 사용하려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내쫓는다. 물건을 훔쳐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래도 보안 시스템을 더 설치한 후로, 자리 이용 후 정리하는 사람이 늘면서 좀 더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운교동의 한 무인카페에서 만난 이 모 씨(32)는 “CCTV가 있으니 좀 더 신경 쓰곤 한다. 근데 가끔, 일부 인원만 구매하는데도 많은 인원이 들어와 소란하게 할 땐 불편한 적도 있었다. 또 절도까진 아니지만 주인이 없다고 매장 물품을 막 사용하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홍천의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 점주는 “상습적으로 몇만 원의 제품을 훔치던 절도범 2명을 잡아서 신고한 적이 있는데, 둘 다 중학생이었다. 미성년이라 처벌까지 받진 못했다. 경찰이 CCTV 내용을 모두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고하려면 물품의 금액과 상품명을 모두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번거로워서 소액 절도 정도는 그냥 넘어갈 만큼 무뎌졌다. 손님들이 양심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들에 무인점포 점주들은 보안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무인 PC방은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해야 하므로 손님을 구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야간 시간대에만 사용하는 홍채 인식기기를 설치하거나, 무인 스터디카페는 입장권을 끊고 입장한 고객 수와 실제 매장 내 인원이 일치하는지 확인해 알려주기도 한다. 무인 편의점은 대부분 신분증 또는 신용카드를 인증해야 입장할 수 있고, 앱에서 받은 QR코드를 도어락에 스캔하면 문이 열리는 식의 시스템 등을 설치해 점포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안 시스템(AI 카메라 등)들은 일반 CCTV에 비해 비용이 최소한 두 배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점주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히 소규모 점포는 시스템의 별도 도입이 어려워 보안이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또한 무인점포 범죄는 실시간으로 범행 현장을 잡기가 쉽지 않은 점, 범인을 잡더라도 피해액이 적거나 범인의 나이가 어려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문제도 지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무인점포의 보안이 계속 강화되더라도 고객의 ‘양심’이 범죄 근절에 가장 중요한 것임을 보여준다.

전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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