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체온계, 그간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 있어
인터넷 쇼핑몰 ‘비접촉 체온계’ 대다수가 ‘공산품 온도계’
시내 대형마트, 음식점 등의 체온계도 온도계가 다수

발열 체크를 위한 비접촉 체온계가 대부분 성능 검증이 안 된 온도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음식점, 마트 등 시설에 비치된 비접촉 체온계는 그동안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비접촉 체온계는 기자 앞에 있던 방문객 세 명의 체온을 35.2℃로 똑같이 측정했다. 기자 역시 체온을 측정해본 결과 35.2℃로 나타났다. 추운 날씨를 고려하더라도 같은 수치만 연달아 출력된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코로나19 방역 일선에 있는 체온계 대부분이 사실 공산품 온도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내 비접촉 체온계 비치 시설, 대부분 같아

익명을 요구한 한 음식점의 비접촉 체온계는 손의 위치를 다르게 측정했음에도 34℃라는 수치만 출력했다. 손을 녹이고 다시 재봤지만, 여전히 34.5℃가 나왔다. 인간의 체온이 35.5℃에서 36.5℃여야 정상이라는 사실로 미뤄보면, 확실히 비정상적인 수치다. 그러나 기계는 ‘정상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시내 마트, 카페, 음식점 등의 시설 12곳 중 9곳에서 같은 현상이 있었다.

원인은 의료기기로 둔갑한 공산품 온도계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접촉 체온계’를 검색해본 결과, 총 2만6천518개의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중 비접촉 체온계 판매자 대부분이 ‘KC인증을 받았다’며 제품을 설명했다. KC인증은 전자파 적합성을 판단하는 절차로, 체온계 성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러나 제품 설명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저렴한’, ‘정확한 체온 측정’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의료기기’인 것처럼 설명해 판매되고 있었다. 관련 지식이 없다면 KC인증 마크만 믿고 공산품 온도계를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제조시설과 제품을 직접 개별 검증해 심사를 거쳐야 판매할 수 있지만, 공산품은 KC인증만 받으면 별도의 검증절차 없이 판매할 수 있다. 온도계를 의료기기인 체온계로 기재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법률위반의 소지가 있지만, 아직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공산품 온도계, 체온 측정에는 부적합

공산품 온도계는 철강 산업, 플라스틱 제조 산업 등에서 물체와 닿지 않고 비교적 높은 온도를 측정하는 기기다. 이에 따라 소수점 단위의 미열까지 감지해야 하는 체온계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약처도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으로 체온을 재는 것은 부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식 의료기기 체온계 사용을 권장한다”라고 밝혔다.

체온계 오인광고, 올해 3배 증가... 허위판매는 1만8천여 개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식약처로부터 지난 10월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산품 온도계를 의료기기 체온계로 속인 오인광고 적발 건수는 지난해 85건에서 올해 8월 269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올해 6월까지, 온도계를 체온계로 속인 허위판매로 시중에 유통된 제품은 총 1만8천577개다. 문제는 시중에 유통된 온도계 회수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모 업체가 허위 판매한 제품 5천 개에 대해서 전량회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개인 및 미허가 업체는 ‘의료기기 회수·폐기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회수 의무자’에서 제외돼 제품에 대한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피해를 받는 소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수칙 개선책 마련 시급

‘기본방역수칙’과 ‘생활방역세부수칙안내서’에는 사업장의 직원이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개인에게 출입 시 체온을 확인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있으나 체온을 측정하는 도구에 대한 기준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방역 현장에서 ‘온도계’와 ‘체온계’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황유민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