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 김채아

인생을 살아가며 마음껏 도전하고 무엇이든 경험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시절, ‘청년’.

스물넷 청년예술가 김채아도 인형극부터 연기, 연극 조연출, 단편영화 제작·연출까지 다양한 분야에 겁 없이 도전하며, 때로는 방황의 긴 한숨을, 때로는 큰 박수의 성취감에 달뜨며, 인생의 찬란한 시절을 다채롭게 채워가고 있다.

최근 춘천인형극제가 ‘인형극 학교’ 수료생들의 발표무대 ‘잇(it)다 인형극 축제’를 열었다. 김 씨는 교육생 26명 중 하나이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국의 청년예술가 26명은 지난 6월부터 춘천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을 오가며 전문 인형극인들로부터 신체 훈련, 마리오네트 제작, 인형 조종술, 복화술 등 인형극 전반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다. 

스물넷 청년예술가 김채아가 “올해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인형극에 도전한 이유요? 호기심이죠. 가면을 쓰고 현대무용을 추며 몰랐던 나를 발견한 신선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인형을 통해서도 새로운 나를 또 만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는 동료 오진주, 송선재와 함께 <쿨쿨>을 발표했다. 막대와 손인형 등을 활용한 유아대상  인형극이다. “등교 때문에 일찍 잠들어야 하는 쥐돌이가, 숲속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느라 밤새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에요. 총 여덟 캐릭터 중 다섯 캐릭터를 연기하며 몰랐던 나를 만났죠. 인형들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갖춘 또 다른 자아였어요.” <쿨쿨>은 내년 4월 의정부 ‘아트캠프’와 5월 이천아트홀 ‘인형극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그는 중학 2학년 때 지역의 극단 ‘무하’의 청소년연기자로 시작해서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했다. “연기는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 같아요. 배역을 통해서 그리고 이야기에 담긴 다양한 관계를 간접 경험하면서 인간수업을 받아요.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배우는 것도 많고요. 물론 힘들 때도 있죠. 재수할 때 대학로 극단에 잠시 몸담은 적 있었는데 ‘이 길이 맞나?’ 회의도 컸어요. 그런데 다 배움이 있더라고요.” 

그는 정말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춘천연극제 연극아카데미 전문과정에도 참여하여 <우리동네 작은 집에서 사는 가장 큰 아이>에 배우로 참여했고, (사)한국연출가협회가 주최·주관하는 ‘2021 아시아 연출가전’에서 <개똥영감의 열반>의 조연출로도 활동했다. 또한 현재는 제작·연출한 단편영화 <멀고도 가까운>의 후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관계를 회복하려는 부녀이야기에요. 영끌해서 모은 1천만 원으로 만들었죠. 어땠냐고요?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논쟁도 벌이고 좌충우돌하며 혹독한 인간수업을 받았어요. 배운 게 많아요.”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듯 그도 고민이 적지 않다. “예술을 소비하는 저변확대가 가장 아쉬워요. 열심히 준비해서 공연을 올려도 보는 사람은 관계자와 가족, 지인들 위주라서 ‘우리만의 리그인가?’라고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아요. 물론 문화도시로 선정되고 나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져요. 연극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많이 늘어서 희망도 보이고요. 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당장에 춘천을 떠나지는 않을 겁니다. 올해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이 배웠어요. 내년에는 연기와 인형극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런데 호기심이 생기면 배우고 경험해야 마음이 놓여서 계획은 바뀔 겁니다.” 그와 대화하며 ‘배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단편영화 후반 작업을 위해 서둘러 춘천역으로 향한 그, 오늘도 무언가를 배워오리라.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좌충우돌 즐겁게 도전하고 배워가는 그에게서 이상적인 청년의 얼굴이 보였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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