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란도헤어 원장 방원규

지난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15~29세)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7.2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22.2) 집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청년층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용한파 속에서 떨고 있는 청년들에게 ‘N포세대’, ‘캥거루족’ 등 다양한 신조어까지 붙었다. 희망보단 절망에 더 가까운 청년들 중에서 누구와 대화를 나눠야 할까? 곧바로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기자가 2년 가까이 단골로 들리는 미용실 원장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1인 미용실 창업으로 시내에서 2년째 고군분투하고 있는 방원규 블란도헤어 원장을 만났다. 항상 예약이 가득 차 있는 탓에 인터뷰 약속도 저녁으로 잡아야 했다. 기자와 의무경찰 동기이자 동갑인 그는 언제나 그랬듯 “충성! 고객님, 반갑습니다”라고 웃으며 반겼다.

언제부터 미용사가 되고 싶었나요? 그런 계기가 있었나요?

“학창 시절에 집안 사정이 많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했어요. 어릴 때부터 가난에 대해 알게 됐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들보다 빨리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러던 와중,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갔는데, 실내가 너무 시원하더라고요. 속으로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죠. 그 순간 손님과 미용실 원장님이 행복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어요. 그때 끌렸던 것 같아요. 손님의 행복한 표정을 본다면 저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고요. 그렇게 미용 학원에 등록했고, 이렇게 미용사가 됐습니다.”

많은 도시 중에 춘천에서 터를 잡은 이유가 있나요?

“고향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미용실을 차리기 전) 미용 일을 춘천에서 하고 있었고, 가장 잘 아는 도시인만큼 시장조사도 용이했어요. 그래서 춘천을 선택했어요.”

1인 미용실을 선택한 본인만의 이유가 있나요?

“제가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누군가의 손님이었잖아요? 손님 입장에서 보니, 한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해주는 점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손님과 더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홀로 창업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혼자 모든 것을 하다 보니 외로웠어요. 직원이었던 시절에는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됐는데, 혼자 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책임을 홀로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힘들어도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이 혼자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죠. 아 참, 창업 초기에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모든 장사가 처음부터 잘 될 수는 없잖아요? 초창기 매출이 나오지 않던 시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게다가 오픈 2달 만에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엎친 데 덮친 격이었죠. 그 반년 정도는 순수익이 단돈 7만 원이었어요. 정말 힘들었죠.”

1인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런 시기가 지나가고, 다행히 미용실 운영에 안정기가 찾아왔어요. 처음으로 (제 기준이지만) 큰돈을 벌었죠. 그 돈으로 고마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베풀 때 정말 뿌듯했어요. 일적으로는 손님이 머리를 만족해하시거나, 단골이 되셨을 때! 정말 뿌듯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최근에 있었던 일이에요. 꽃집에서 일하셨던 손님인데, 저를 보고 미용을 시작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저도 옛날에 누군가를 보고 미용을 시작했는데, 이젠 누군가가 저를 보고 미용을 시작하다니요. 그래서 직접 물어봤어요. ‘저의 어떤 모습을 보고 미용을 시작하셨어요?’라고요. 그랬더니 손님이 ‘일하는 게 행복해 보였다. 성취감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드라마 같은 일이었어요. 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이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어요.”

1인 미용실 원장으로서 무엇을 가장 고민하시나요?

“계속 고민해요. 어떻게 해야 실력을 더 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이요. 특히 실력에 관한 고민이 커요. 저도 욕심이 있다 보니 지금보다 잘해서 단골을 더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여타 프랜차이즈 미용실이나 대형 미용실은 교육 체계도 그렇고, 헤어트렌드도 빠르게 잡아내잖아요? 1인 미용실은 체계도 직접 꾸려야 하고 트렌드도 혼자 캐치해야 하니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대비하시나요?

“우선 SNS를 자주 활용해요. 유튜브나 블로그도 참고하고요.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새로 유행하는 헤어를 정말 꾸준히 연습해요. 만약 손님이 ‘아이비리그 컷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는데 제가 그걸 모르면 상황이 난감하잖아요?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요. 또, 비용을 지불하고 유명 디자이너의 교육을 직접 받기도 해요.”

향후 계획과 목표는 어떤가요?

“‘춘천의 남성 전용 미용실’이라 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미용실로 성장하고 싶어요. 정말 그것밖에 없어요. 춘천에서 가장 잘하는 미용사가 되고 싶어요.”

이건 늘 궁금했는데, ‘블란도’의 뜻이 뭔가요?

“아, 스페인어로 ‘부드럽다’라는 뜻이에요. 미용실 이름을 ‘블란도 헤어’라고 지은 건,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상호를 정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여러 번 해봤는데, 웬만한 이름은 다 있더라고요. ‘블란도’는 의미도 좋고, 무엇보다 전국 어떤 미용실도 블란도라는 이름은 쓰지 않아서 블란도 헤어라고 정했어요. 지금도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제 가게 하나밖에 안 나와요. 그리고 제 성향이 억세고 딱딱하기보단 부드러워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어요.”

현재 많은 20대들이 ‘N포세대’, ‘캥거루족’ 등으로 불리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잖아요? 그런 청춘들에게 원장님 이야기는 희망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듯해요.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저는 ‘목표’와 ‘추진력’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학창시절의 전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대신 미용은 정말 미용만 잘하면 되는 분야거든요. 물론 미용도 공부가 필요하지만 국어, 수학, 영어처럼 학문적인 이론만 하는 분야는 아니에요. 학교 공부는 못했지만 미용을 목표로 두고 결국 또래보다는 비교적 많은 걸 이뤄낼 수 있었어요. 공부를 못한다고 좌절하지 말고, 또 다른 목표를 찾아서 그 분야를 잘 해내면 돼요. 그리고 추진력도 중요해요. 제가 만약 그 미용실에서 ‘남자 미용사 멋있네’라는 생각으로만 그쳤다면, 미용 학원을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 이름으로 된 미용실도 없었을 테고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또, 제가 처음 창업할 때 빚을 지면서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내가 10년 동안 빚을 갚아도 34살이다. 34살이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제 또래의 청춘들에게도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싶어요. 청춘의 가장 큰 무기는 ‘젊음’이에요. 망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충분히 있어요. 시작을 해야 결과가 생겨요. 꼭 원하는 걸 하길 바라요.”

황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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