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 춘천극단 무소의 뿔과 도립극단의 협업

변유정 (연극 연출·배우)

어느덧, 또, 12월입니다.

기원전 441년, <안티고네> 초연이 무대에 올라갑니다. 

기원전 441년이라니요. 지금이 2021년이니 2500년 전 작품이네요. 이 긴 생명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강원연극의 상생을 위해 마련된 강원도립극단과 춘천극단 ‘무소의 뿔’의 협업 작품은 그리스 비극을 완성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입니다. 축제극장 몸짓 12월 첫 작품이 되었네요.

도립극단과 민간극단의 협업을 통해 경계를 허문 첫 시도는 이름에 걸맞게 강원도립극단의 안정적인 시스템과 인력 그리고 창조적인 민간극단의 정신이 만나 상생의 목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이렇게 상생하면 생명력을 갖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 작품 <안티고네>는 지난번 <보이첵>으로 소개 해드린 정은경 연출의 작품입니다. 

비극(悲劇)은 신이 부여한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때로는 과감히 저항하다 파멸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완성된 형식미와 시적 운율로 담고 있습니다. 정연출은 비극의 특성을 주연 배우 안티고네 전시연, 크레온 김귀선, 테이레시아스 안민정의 에너지 있고 절제된 연기력을 통해 투영시켰으며 무엇보다도 풍성한 성량을 보여준 코러스장 박두희를 비롯한 코러스의 역할을 극 중에 정적으로 녹여내는 연출력을 발휘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 극을 더욱 비극스럽게 만들어준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라이브 연주는 이 오래된 극이 지금의 사건으로 느끼게 하는 결정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리스 비극의 구성은 드라마 주제와 상황을 제시하는 프롤로고스(prologos), 코로스의 위치인 오케스트라에서 등장하며 부르는 등장가(登場歌 parodos), 코러스 노래와 노래 사이의 대화인 삽화(揷話, epeisodion), 코러스가 오케스트라에 자리 잡고 서서 혹은 좌우로 움직이며 삽화에 대한 성찰이나 감정을 표현하며 부르는 정립가(停立歌, stasimon), 코러스가 오케스트라를 떠나며 부르는 노래로 구성되어있는데 <안티고네>는 오케스트라석이 없는 극장에서 비극의 구성에서의 가장 중요한 자리인 오케스트라석을 허공에 세워 노름마치가 천상의 신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비극의 요소를 더했습니다.

춘천에서 접하기 힘든 그리스 희곡의 드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된 <안티고네>는 문화예술 도시 춘천의 또 다른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인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이 저물어 갑니다. 이제 이 작품도 곧 한 살 더 먹어 2501살이 되겠네요. 우리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와도 같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 나간다면 작품은 계속될 것입니다. 관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말입니다. 

춘천사람들 여러분! 올 한 해의 마무리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2021년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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