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올겨울도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 정부에서는 11월 들어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지만 한 달도 못 되어 도내 중환자실 병상이 모자라고, 오미크론이라는 변종 바이러스까지 창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도 화천 산천어 축제를 비롯한 겨울 축제는 열리지 못하게 되었다. 자영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손실 보상금이라고는 한 대선 주자가 언급하듯 ‘쥐꼬리만큼’ 이어서 돈 가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세태와는 다르게 돈 풍년, 돈 잔치에 넘쳐나는 돈을 주체 못하는 기관도 있다. 바로 ‘강원도교육청’이다. 도 교육청은 올 하반기 추경예산으로 교육부로부터 3천469억 원에 달하는 교부금을 받았다. 이 예산은 ‘교수학습 활동지원’, ‘교육복지지원’, ‘학교 교육 여건 개선’ 등에 사용하게 되어 있지만, 현재 사용처를 보면 천태만상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종합해보면 도내 한 중학교의 경우 작년 ‘과학실 현대화 사업’으로 새로 단장한 과학실에 올해에도 또다시 1억 원의 예산이 내려와 이를 소진하느라 멀쩡한 빔프로젝터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비품을 구입하였다고 한다.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는 1년치 예산의 2배가 넘는 돈을 ‘한 달’ 안에 소진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편 겨울철 도색 작업은 페인트가 수용성 물질이어서 오래 못 가 피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배정된 예산을 써야 하니, ‘도색사업 지원비’로만 받은 도내 학교가 무려 300여 곳에 이른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민과 도민의 혈세 낭비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도교육감실’을 비롯하여 이른바 넘버 투, 쓰리라 불리는 부교육감실, 교육국장실, 행정국장실에 개 당 2천만 원에 육박하는 ‘전동 블라인드’를 달았다 한다. 윗물이 이러니 당연히 아랫물도 동색이다. 원주교육지원청의 경우 3~4년이면 새 건물로 이주해야 하는데, 원주 교육장실과 비서실의 바닥과 벽, 천장까지 3천400만 원을 들어 말끔히 리모델링했고, ‘강원도교직원수련원’에서는 일반 리조트에서도 공용으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를 41개 방마다 새로 비치하여 예산을 사용하였다. (KBS 춘천 뉴스 7, 21.12.1)

사태가 이러니 일선 학교에서도 도교육청에서 쏟아 낸 민원만 현재 300건이 넘어서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졸속 집행’, ‘예산 낭비’, ‘동절기 부실 공사 우려’, ‘수요조사도 없는 예산 교부’, ‘고3 체험학습비 등 일회성 비용으로 예산 낭비 우려’, ‘실효성 부족’ 등 관련 폐해 증언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찬 바람 부는 겨울 초입 한쪽에서는 폐점을 알리는 팻말이 나뒹굴고, 한쪽에서는 돈을 쓰지 못해 아우성치는 이 현실을 도대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16~2020년까지 학생 수는 62만 명이 9%가 줄었지만, 교육예산은 무려 16조 원, 24%가 늘었다. 학생들이 30% 줄어드는 동안, 교육청 직원은 38%가 늘었다. 근본부터 바로 잡을 때가 되었다. 한쪽에서는 돈이 말라 사지에 내몰리지만, 한쪽에서는 기관장실에 손으로 내리는 커튼도 귀찮아 2천만 원짜리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하면서 돈 쓰기를 독려하고 있다.

2021년 염병이 또다시 창궐하는 겨울, 한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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