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형평성 및 학습의 질 근거로 성적 완화 요구
경쟁 저하와 학점 인플레이션 우려 목소리도 있어

비대면 강의에 따른 성적 완화 논쟁으로 대학생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비대면 강의는 기존 대면 수업과는 반대로, 강의자가 미리 녹화해둔 영상이나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2년가량 이어진 비대면 강의는 그간 학습의 질이나 성적의 형평성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생들이 성적의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준상대평가는 50%까지 A등급을 줄 수 있는 성적 산출 방식이다. 기존 상대평가는 강원대학교의 경우, A등급 30% 이내, A·B등급 70% 이내, C등급 이하는 30% 이내다.

비대면 강의에 따른 성적 완화 논쟁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성적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시험 형평성 문제’다. 시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강의 특성상,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은 “나도 시험 볼 때 동기들과 합심한 적이 있다. 같은 강의를 듣는 동기끼리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문제를 나눠 푸는 식이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긴 했지만, 부정행위가 워낙 쉬워서 남들도 하고 있을 거라 판단했다. 손해를 보기 싫었다”며 “아예 강의 노트를 화면에 띄워놓고 시험 문제를 푼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 모 씨(23)는 “교수님이 ‘학생들끼리 답을 공유하지 말 것, 시험 프로그램 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켜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감시하지 않는 이상 적발 자체가 어렵다. 어떤 교수님은 아예 줌(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감시하며 시험 문제를 풀게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근거는 ‘학습의 질’이다. 서로 마주 보며 진행하는 강의에 비해 비대면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특히 실습 위주로 이뤄지는 강의의 경우 아쉬운 목소리가 더욱 컸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인터뷰한 이 씨는 “아무래도 비대면 강의는 집중도나 상호작용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기말고사를 끝내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여담이지만 학교에서 학우들을 만나 함께 수업을 듣는 소소한 즐거움이 없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성적 완화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익명의 대학생들은 ‘등록금 감면이든 성적 완화든 해줘야 한다. 특히 학점은 취업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성적 완화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권 모 씨(25)는 “열심히 공부한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비대면 강의로 시간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 공부하기 더 쉬워진 것도 사실이다. 강의 녹화본을 보며 복습할 수도 있고 놓친 필기를 다시 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학점 따기는 더 쉬워졌는데, 성적을 완화해달라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절대평가나 준상대평가로 바뀐다면 다수가 행복하겠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점 인플레이션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장학금을 어떻게 분배할지도 학점의 영향을 받는데, 평가 자체가 애매해질 수 있다. 또 모두가 상향된 학점을 받는다면, 학점 자체가 의미 없어질 수도 있다. 좋아 보이지만 역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대학교 총학생회가 최근 진행한 ‘성적 평가 방식 선호도 조사’에서 ‘준상대평가(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결합한 방식)’를 선호하는 비율이 84.1%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무회의 결과 2021년 2학기 성적 산출 방식이 ‘상대평가’로 결정돼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황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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