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정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

내년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춘천에서 지선 출마를 선언하고 준비하고 있는 후보들도 많다. 4년간 춘천의 시정을 책임질 시장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춘천사람들》은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 출마를 선언한 입후보 예정자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춘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핵심가치는 변화와 혁신

유정배 전 석탄공사 사장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삶의 가치의 핵심은 민주주의와 혁신, 그리고 지역이다. 유 전 사장은 강원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4년), 대한석탄공사 사장(3년)으로 일한 시기 7년을 빼면 대부분을 춘천에서 일했다. 춘천으로 돌아와 보니 도시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어 왠지 낯설었다며 변화의 혁신을 통해 침체된 춘천의 경제를 다시 살려보고 싶다는 소명이 생겼다고 밝혔다. 

사진=전은정 기자

유 전 사장은 특정한 도그마(신념·독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시민운동가, 사회적경제 활동, 공기업 대표 등 여러 번 직업을 바꾸었지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도전이라는 기본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시민운동을 할 때는 그 시대 흐름을 읽고 시민들의 욕구에 맞는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혁신을 추구했다. 공기업인 석탄공사에서도 조직혁신, 사업혁신을 위해 노력했다. 유 전 사장은 민주주의와 혁신을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실현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음을 강조했다.

시정에 대한 신뢰 회복 필요

유 전 사장은 민선 7기 시정운영방향을 시민중심의 시정운영과 지속가능발전으로 놓고 변화를 추구하려는 의지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춘천시청이라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낮은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뢰도가 낮아진 배경은 리더십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부운영능력에서 한계를 보이면서, 시민들이 춘천시청의 시정방향과 조직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시민들의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부운영은 공무원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 깃발 들고 간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석탄공사는 2천여 명이 조금 넘는 조직이다. 석탄사업 합리화 정책이 30여 년 진행되면서 조직이 1만5천여 명에서 2천여 명으로 축소됐을 때, 유 전 사장은 석탄공사 조직의 미래 전망을 제시해 줄 필요성을 느꼈다. 우선 조직 구성원과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조직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면서 같이 아파하다 보니 조직 구성원이 변화를 수용하게 되었고 ‘평화에너지’라는 새로운 비전에 대해 공감, 수용하면서 조직문화가 새롭게 바뀌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만년 E등급에서 C등급으로, 청렴도 5등급에서 1등급으로 경영평가 상승을 가져왔다며 지방자치단체 조직 운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공무원은 개혁대상이 아니다. 공무원의 강점은 그 누구보다 지역의 문제와 해법을 잘 알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할 예산과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인정해 먼저 그들을 신뢰하면서 공무원조직 고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바꿔 나가면 공직사회가 가지고 있는 유능함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을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행사하면 조직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뽑는 것은 구체적인 현실문제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리인을 뽑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과정은 계몽가적 예언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유 전 사장은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이며 국민주권의 실현과정이라고 했다. 자기가 가진 비전을 설교만 하고 공감과 소통은 없이 밀어붙였던 것이 신뢰 하락의 원인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많은 상황을 비춰볼 때, 선출직 공직자에겐 민주주의와 주권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감수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춘천만의 산업·경제정책 마련

유 전 사장은 사람들을 만나며 춘천이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핵심 전략으로 춘천만의 산업·경제정책을 야심 차게 구상하고 있다.

춘천은 1998년부터 바이오산업을 시작해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해 지칭)을 배출했다. 코로나19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유 전 사장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앵커기업(선도기업)을 유치하고 춘천 바이오 기업 생태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R&D강화, 기업 및 인재 발굴·육성 과정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사장은 춘천에 평화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려고 한다.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 소속 국방벤처센터를 102보충대 부지에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군 전역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방산업 관련 기술집약형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고 현대 로뎀 등 방위사업체를 이전해서 클러스터를 구축 방위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대선 시기 춘천의 핵심공약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전달, 국정과제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 한다. 국방개혁 2.0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화천, 철원, 양구 등과 연계해 강원도 접경지역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춘천먹거리종합지원센터의 군납 확대와 가공도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한 단단한 식품산업기반 조성으로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농업 진흥에도 기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유정배 북콘서트가 지난1일 베니키아 춘천베어스호텔에서 ‘춘천과 유정배 이야기 “나는 당신의 에너지가 좋습니다.”’를 주제로 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버스이용 편리성

유 전 사장은 춘천버스문제의 핵심은 노선의 정상화라고 말한다. 시민들에게는 공영, 준공영, 민영 등과 같은 운영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버스 이용편리성이라고 했다. 버스노선을 이용자 중심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 만족도가 높은 버스 경영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을 통한 버스의 경영혁신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버스의 경영혁신은 노동조합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버스는 시민의 발이기에 공공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노동조합도 버스문제를 임금과 근로조건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공공의 이익으로 넓게 바라보며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과 관련된 개선방안은 차기 시정부에서 더욱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도청의 타 지역 이전 법적으로 불가능

유 전 사장은 도청의 춘천 이외 지역으로의 이전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도청이전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다른 지역 기초단체장이 있다며 그 단체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도청 이전과 관련한 부지 선정은 도에서 공론화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지역 간 경쟁 속에서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의 여론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청의 타 지역 이전에 대한 책임 있는 정치인들의 비판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춘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앞으로 도청 신축을 도청 소재지 이전으로 몰아가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음은 물론, 춘천시민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정치적 언행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도시숲 필요하지만 추진 방식에는 의문

유 전 사장은 1억 그루 나무심기에 대해 도시숲을 조성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추진 방식은 의아하다며 추진체계가 행정 중심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일자리 사업과 연결하고 주민자치회와 연계해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시민 참여형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읍면동 주민자치회 분들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근린 시민자치경제조직을 만들어 사업에 참여시키는 등 사업 진행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재방안 등도 마을의 의견을들어 결정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불식되고, 이후 도시숲을 마을공동체 조직이 가꾸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산림경영센터(가칭)와 같은 도시숲 전담기구를 둬 사업을 통합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산업 분야로 산림을 바라보면서 장기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만의 교육도시 교육복지 고민

유 전 사장은 춘천이 교육도시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의 연구역량을 높이고 지역산업과 연계하는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학의 연구기능을 적극 지원하고, 이를 위해 지역 내 연구·개발 자원인 지역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성과들이 지역혁신체계 구축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을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 전문기관으로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대학을 단순 자문의 역할로 한정 짓지 말고 대학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역에서 크고 자란 아이가 지역의 인재가 되는 생애주기별 지역교육 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지방행정의 과제가 됐다고 했다. 춘천에서도 지역의 교육수요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 중심의 교육지원을 통합·관리하는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마을 단위에서 주민의 교육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사업을 연계해가면서 교육수요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지역의 대학과 함께 춘천만의 교육도시·교육복지 모델을 논의하고 만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정배와 춘천의 이야기 담아내

유 전 사장은 50년 가까이 춘천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그리고 지난 11일 북콘서틀 통해 춘천의 미래를 시민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를 통해 춘천시민들과 더 가까워지고 자신에게 춘천을 맡길 수 있는지를 시민들이 직접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정호 기자


유정배의 지나온 여정과 현재 가고 있는 길

 제39대 대한석탄공사사장, 강원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춘천두레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강원도 시민사회 특별보좌관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한민국 대전환 제 20대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 평화경제 위원회 위원장, 사회혁신추진단 부단장, 기본사회위원회 특보, 강원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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