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느린학습자 자기탐색·진로계획
‘마음 살리는 밥상’, 미혼모 정서적자립·사회적관계망

춘천사회혁신센터는 지역의 사회 문제와 주민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시민들이 직접 마을 실험에 참여하는 ‘2021 춘천소셜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해 선정된 6팀 중 ‘나눔의 집’은 느린학습자들의 자기 탐색과 취업·진로와 관련한 계획 등을 돕는 실험을 진행했고, ‘마음 살리는 밥상’은 미혼모들이 겪고 있는 정서적 자립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과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나눔의 집’의 ‘내일 길찾기 학교’ 성과보고회가 지난 16일 대한성공회 춘천나눔의집에서 진행됐다.

나눔의 집

정상과 장애의 사이 그 경계선에 서 있는 ‘느린 학습자’들.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IQ는 70 이하, 일반인의 IQ는 85 이상이다. IQ가 71~84 사이의 사람들을 ‘경계선 지능’ 또는 ‘느린 학습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암기·분별력·인지력 등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 학교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고가 느리고 서툴 뿐, 의사소통과 사회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나눔의 집’은 그들에게 주목했다. 2018년에는 춘천소셜리빙랩을 통해 경계선 지적 기능 청소년들의 사회성 증대 교육 프로그램 ‘별에서 온 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관심을 이어왔다. 올해에는 ‘내(My) 일(Job) 길찾기 학교’를 주제로 청년 1명과 고등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수업은 매주 2~3회 하루 2시간씩 한샘고등학교 행복 나눔실에서 진행됐다.

단계별 활동 내용으로 1단계 수업은 설문지 작성, 상담 등으로 시작해 종합심리검사와 자기탐색·진로탐색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 적성에 맞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등을 알아갔다. 2단계 수업은 생애 진로 무지개 만들기, 꿈 리스트 작성하기 등 체험형식으로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3단계 수업은 멘토 수업으로, 직업에 대한 궁금증 해결과 멘토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도왔다. 4단계 수업은 미래 진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발표회를 가졌다. 특히 멘토 수업은 경찰을 꿈꾸는 참가자에게 경호원, 경비원, 보안담당자 등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높은 직업들을 소개하고 체험하게 했다.

‘나눔의 집’ 참여자가 제작한 포트폴리오 내 본인의 ‘꿈 리스트’

참여자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실제 일자리로 연결해서 관련된 직업이나 경험을 구체적으로 해보고 싶다”, “느리다고 정상에 도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느린 학습자들도 목표한 것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눔의 집’은 “실험을 진행하며 느낀 아쉬움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의 인식 부족, 멘토 부족, 전문교육강사 부족, 지원제도 부족, 전문시설 부족 등 정책의 부재다. 우선 사회인식 개선과 그들을 위한 제도·지원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고, 팀의 향후 계획은 일자리·상담·진로상담 등이 필요한 참가자에게 해당 연계를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나눔의 집’의 ‘내일 길찾기 학교’ 성과보고회가 지난 16일 대한성공회 춘천나눔의집에서 진행됐다. 성과보고회에는 춘천나눔의집 조정현·이수미·박순진 씨, 길잡이 교사 최정희·김하종 씨, 풀꽃마을학교의 김태민 실장,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리본의 최동혁 이사장, 한샘고등학교의 하혜정 교육복지사 등이 참석했다. 

길잡이 교사 최정희 씨는 “느린 학습자들은 생애 전반을 그렇게 살아간다. 단발성으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음 살리는 밥상

‘미혼모’라고 불리며 세상의 편견과 차별,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있다.

통계청의 ‘2020 인구 총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미혼모는 2만572명이며, 강원도 내에서는 551명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수치로 모두 알긴 힘들다. 매년 8천여 명이 넘는 아이가 혼인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고 있다. 사회의 인식이 변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마음 살리는 밥상’ 참여자들이 수업에서 만든 밑반찬 3종 세트       사진 제공=마음 살리는 밥상

‘마음 살리는 밥상’은 요리 활동과 도자기 활동을 통하여, 미혼모들의 삶을 살피고 새로운 배움과 활동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험을 진행했다.

‘마음 살리는 밥상’의 대표 김수정 씨는 20여 년간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며 2019년부터 쿠킹스튜디오 ‘차림’을 운영해왔다. 지역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미혼모였던 수강생이 생각났다. 사회적 편견과 시선들 속에 미혼모들이 겪을 심리적 어려움과 엄마가 힘들면 자녀 역시 온전한 양육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에 위안을 주고 자존감을 회복시켜 사회적인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소셜리빙랩에 참여하게 됐다. 

참여자는 미혼모 시설에 있는 이들과 시설을 거쳐 독립한 이들, 이혼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 총 10명이다. 도자기, 요리 수업 모두 본인이 직접 만드는 과정으로, 성취를 느낄 수 있는 마음 수련 프로그램이었다. 도자기로 구워진 접시에 색을 입히고 취향대로 그림을 그려 다시 굽는 활동과 다양한 레시피를 배우는 요리 수업은,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만들어줄 코스요리(버섯수프·찹스테이크 등), 밑반찬 3종 세트(깻잎절임·멸치볶음·오징어채볶음), 긍정성 향상 요리, 추억소환 요리, 방구석 세계여행, 자신감 형성요리 등을 만드는 것으로 진행됐다. 특히 ‘아이에게 좋은 음식’ 등의 팁도 들으니 참여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마음 살리는 밥상’의 대표 김수정 씨는 “아이를 위해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이들에게 위안과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꼭 결혼을 해야만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불완전하지만, 사회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그들이 완전한 가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혼모라고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엄마들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하고, 그 행복에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마음 살리는 밥상’은 소셜리빙랩을 마무리하고,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강원도 농업기술원의 후원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치킨 등을 만드는 3번의 요리 수업을 진행했다. 다음 달부터는 일반인 대상 소규모 모임으로 월 1회씩 정기적인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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