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제대로 겨울이 깊어진다. 이렇게 겨울이 깊어지면 들에서 꽃을 보기 어렵다. 강원도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 종류는 약 2천 가지나 되지만 겨울에는 안타깝게 손으로 꼽을 정도만 볼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겨울꽃이 귀해 겨울 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봄꽃을 소개하려 한다. 봄꽃 중에도 따뜻한 봄빛이 비치는 날 강촌 구곡폭포 가는 길이나 엘리시안 콘도 숲길이나 삼악산 등 주변의 들, 산등성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분홍, 하양, 파란색의 노루귀를 찾을 수 있다. 손톱만 한 꽃이라 자세히 찾아야 겨우 보이는 꽃, 노루귀를 만날 수 있다. 

노루귀는 3월 말이나 4월 초에 꽃이 핀다. 햇빛이 환하게 비추는 날에만 꽃잎을 치마처럼 활짝 펴고 우리를 마중하러 나온다. 올해에도 좋은 날을 가려 4월 초순에 나 홀로 강촌으로 향했었다. 평상시와 다르게 정오를 넘겨 오후의 봄볕을 즐기려 천천히 시간을 내었다. 꽃이 빛을 받아야 활짝 꽃잎을 열어주니 그 시간이 딱이다. 춘천시민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주차비를 내야 한다. 한층 들뜬 마음으로 매표소를 지난다. 햇볕이 따사로운데 바람은 아직 매섭다. 냇가의 물소리도 얼음을 뚫고 내달린다. 5분 정도 걸었을까? 꽃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제 막 피는 아이, 활짝 핀 아이, 떼로 부숭부숭 올라오는 아이, 하얀 무더기, 분홍 무더기…. 간혹 청노루귀도 눈에 띈다. 

그중 빛을 잘 받아 털이 잘 보이는 아이로 골라 눈으로 마음에 담아 둔다. 노루귀는 어린잎이 올라올 때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기하게도 활짝 핀 꽃잎의 뒷면을 보면 정말 노루귀의 모양을 하고 있다. 춘천에는 하양, 분홍색이 많고 동해안으로 가면 분홍 노루귀가 귀하다.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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