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후 79일 만에 현장실습 폐지 대신 개선방안
“본질적인 대책 마련”,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23일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안전·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의 주요 핵심내용은 현장실습 선도기업·참여기업에 대한 사전 현장실사 강화와 정부·교육청의 현장실습 비용지원을 확대해 안전 확보와 과도한 노동환경을 개선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23일 ‘안전·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출처=교육부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습업체는 학생에게 안전·보건교육도 하지 않았고 초과근무를 시켰으며, 학교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적응 기간과 수당 등이 빈칸임에도 도장을 찍고 학생을 실습업체로 보냈다. 잠수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유해·위험작업으로 분류되고 사업주는 필요한 자격 등을 갖추지 못한 노동자에게 잠수작업을 지시해서는 안 되지만, 고등학생 홍 모 군은 잠수 자격증과 같은 자격이나 면허가 없는데도 요트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작업을 실시했고 사망했다. 이에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여러 법을 위반한 사항이 발견됐다. 이 외에도 2012년 울산 신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 사고, 2014년 울산 자동차 하청업체 공장 지붕 붕괴, 2017년 제주 생수공장 안전사고 등 청소년이 현장실습 도중 목숨을 잃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직업계고 현장실습생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후 79일 만에 교육부는 “사고에 대한 공동조사, 학교·기업 대상 전수 지도·점검 결과, 실습 운영 전반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원·기업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보다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더욱 높아졌고, 이에 이번 방안에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학교·기업 현장에서 제도의 취지에 맞게 잘 실행되도록 실습 준비, 진행, 점검 등 전반에 걸쳐 재정비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도 실습 기회가 더 늘어나도록 추가 개선방안을 마련했으며, 이 방안이 학교와 기업에 안착되어 현장이 변화하고, 더 이상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은 “더 이상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현장실습 기업의 안전관리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안전하고 건강한 현장실습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 발표 후 관련 단체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해 12월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홍정운 학생의 죽음 이후 두 달 넘어서 발표한 교육부의 현장실습 보완방안은 현장실습의 안전도, 직업계고의 정상화도 담보하지 못하는 방안이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학생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교육부의 궤변을 규탄하며, 현장실습 폐지의 입장과 함께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방안 수용을 요구한다”며 본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방안’이란 적어도 3학년 2학기 11월까지는 취업활동 없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12월부터 취업준비기간으로 정해 취업을 준비하고, 1~2월에 채용 및 입사 전 사전교육을 받은 뒤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는 것이다.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는 “현장실습 비용에서 기업부담을 줄인 것은 현장실습생에게 최저임금의 절반조차 지급할 생각이 없는 기업까지 현장실습 업체로 승인해주는 것이다. 또 현장실습생 노동법 적용 내용이 없어 최저임금, 실업급여·퇴직금 산정, 부당해고·임금체불 문제 발생 시 현장실습생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현장실습 방안에서 긍정적으로 나아진 점으로는 “현장실습 기업체 관리·감독 부분에 대해 고용노동부 책임을 강화한 점과 참여기업·선도기업 선정 현장실사를 강화한 점,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강화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직업계고 현장실습과 관련해 제도 개선과 제도 폐지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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