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 종이팩 재활용률 15.8%…의무율 22.8%에 부족
서울환경연합 설문조사, 77.9%가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필요하다
시, 종이팩 수거·재활용처리 절차 간소화 통해 재활용률 높일 예정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종이팩이 종이가 아니라고?’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종이팩을 종이와 구별해 배출해 달라는 부탁이다. 

지금까지 종이팩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다. 2020년 대한민국 종이팩 재활용률은 15.8%다. 2013년 35%였던 재활용률이 2014년 26%, 2019년 19%로 하락했다. 종이팩 재활용 의무률 22.8%에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로 종이팩이 종이와 혼합 배출되는 것을 이유로 꼽고 있다. 또한 종이팩이 재활용 선별과정에서 별도 선별되지 않고 폐기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춘천시는 2020년 12월 말부터 공동주택에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해 수거하고 있다.

전국 제로웨이스트 가게 연대 모임인 ‘도모도모 모임’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전국 지자체 229곳 선별장의 종이팩 선별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종이팩 재활용 체계를 갖추지 않은 곳이 68%(156곳)이었다. 또한 서울환경연합이 조사한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의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1천1명 중 77.9%(780명)가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시민들은 여건이 마련되면 충분히 종이팩을 분리해 배출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결과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종이팩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제도)의 재활용 의무 대상 포장재로 포함돼 2003년부터 재활용 실적을 관리해 오고 있다. EPR제도는 생산자(기업)에게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의 생산, 판매뿐 아니라 사용 후 발생한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EPR 대상품의 분리수거 업무와 분리수거 지침에 따라 지자체별 재활용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낮은 종이팩 재활용은 EPR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공동주택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 설치의무화, 재활용 선별장 내 종이팩 의무선별 지침 마련 및 관리·감독, 종이팩 재활용 의무율 상향, 재활용 의무생산자의 재활용 적극 참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개선 및 종이팩 재활용 체계 정비 등을 요구했다.

도모도모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관기간이 긴 멸균팩 음료의 생산 및 출고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종이팩 출고량의 약 41%다. 하지만 선별장에서 멸균팩을 선별하지 않고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 공동주택에 종이팩 수거함 별도설치

춘천시는 2020년 12월 말부터 지역 내 공동주택에서 종이팩을 별도로 배출하게 하고 있다. 2021년 종이팩 수거량이 95t으로 2020년(85t)보다 10t 증가했다. 종이팩 수거량을 늘리기 위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이팩을 재생 화장지로 교환해주고 있다. 민간수집상들과는 수거·매각과 관련한 연간 계약을 맺어 재활용품 수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권오운 YMCA팀장은 “화장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펄프가 필요하다. 펄프는 나무와 종이팩에서만 뽑을 수 있다. 우유팩을 종이와 섞어서 버리면 파지가 되는 것이다. 재활용가치가 떨어진다. 종이팩을 별도 배출하게 되면 나무를 살리는 일이 되기도 한다. 모아진 종이팩은 춘천시가 운영하는 공공선별장에서 선별돼 제지회사로 가고 있다. 종이팩은 수거해 재활용될 때까지 5단계를 거친다. 단계가 많아지면 종이팩의 품질은 좋아지지만 단가는 올라간다. 3단계 정도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순옥 자원순환과 재활용담당은 “지역 카페거리 등 커피숍이 모여 있는 지역 카페를 대상으로 협조를 구해 우유팩을 수거하는 종이팩 재활용 봉사 활동을 2021년 10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카페 종이팩 수거봉사는 시, 시 자원봉사센터, 사랑의 연탄나눔사업본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22년부터 종이팩 수거 및 재활용처리 절차 간소화로 재활용률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지속협, 지역 어린이집과 함께 종이팩 수거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춘천지속협’)는 2021년 한 해 동안 지역 내 26개 어린이집과 함께 종이팩 수거와 재생화장지 교환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을 통해 모아진 재생화장지를 지난해 12월 23일 아름다운가게 춘천점에 전달했다. 전달된 재생화장지는 아름다운가게 춘천점 환경캠페인과 연계해 종이팩을 가져오는 시민들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춘천지속협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동주택에는 투명페트병 별도배출과 함께 종이팩 별도배출도 시작됐다. 올해부터는 멸균팩을 살균팩과 구분해 별도 배출하는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시민들이 종이팩을 종이와 함께 배출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또한 종이팩별도 배출함이 있는 공동주택과 달리 일반주택에서는 종이팩만 별도로 배출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이에 지난 10여 년 동안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종이팩을 수거하고 휴지로 교환해주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일부 시민들만 참여하고 있다. 이에 춘천지속협은 일반주택의 분리배출체계가 잡히고 공동주택의 종이팩별도 배출에 대한 인식이 확산할 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이 찾아가기 쉬운 종이팩 거점 회수 장소 마련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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