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新年辭)의 사전적인 의미는 새해를 맞이하여 하는 공식적인 인사말이다. 영어로는 New Year’s address라고 표현하니 새해 연설이라고 번역될 수 있겠다. 이와 비슷한 말로 연두교서(年頭敎書)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 연두교서는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의미하기에 어디에나 쓸 수 있는 용어는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연두(年頭)에 국가의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 요약하여 기본정책을 설명하고 필요한 입법을 요청하는데, 이것을 일반교서(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Message))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보통 의회의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는 연초에 발표되기 때문에 이것을 ‘연두교서(annual message)’라고 한다. 연두교서는 미국 대통령이 해마다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내는 교서의 하나다. 미국의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고유명사처럼 읽히는 이 용어에서도 미국의 위상이나 헤게모니가 반영되어 있다. 

신년사라고 하면 언론의 영향 탓이겠지만 우리는 대통령의 신년사를 떠올리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1월 3일 공식 신년사를 발표한다. 신년사 발표에 앞서, 사회 각계 주요 인사 초청 화상 신년인사회를 할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별도의 공식 신년사 발표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올해에는 신년인사회와 신년사 발표를 분리하지 않은 게 특징이라고 한다. 작년 신축년(辛丑年)은 신년인사회와 신년사 발표를 분리했다. 신년인사회와 신년사 발표를 따로 하든 또는 2018년처럼 신년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으로 대체하든, 형식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메시지가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신년사에서 ‘국민통합’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주요 메시지는 ‘완전한 위기 극복, 선도국가 전환의 원년’이라고 한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있는 해이다 보니 국론 분열이 우려되어 국민통합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주의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모아지는 장이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잡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선거라는 점에서 작금의 이전투구처럼 보이는 치열한 경쟁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투표를 통한 선거의 절차는 분열의 장이 아니라 통합의 과정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절차라면 정치는 민주주의의 내용이다. 그 내용의 핵심은 삶의 질에 대한 양상이다. 그 내용을 검증하고 실천력을 판단하는 것이 선거이다. 선거를 잘하면 될 일이다. 그건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그런데 신년사라고 하면 사실 지자체의 장이나 기업의 수장도 신년을 맞이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게 길지도 않고 중언부언하지 않는다면 신년사는 새해 인사 정도가 아닐까 싶다.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나누는 덕담이나 새해 인사도 따지고 보면 신년사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올해 치러질 두 차례 선거 때문인지 휴대폰에 밀려드는 새해 인사가 부쩍 많아졌다. 원래 인사나 안부를 묻는 것은 예절에 속해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경우는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원래 사(辭)라는 것은 사상을 말이나 글로 나타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년사라고 해서 어찌 국가의 원수나 조직의 수장만 할 수 있는 말이겠는가. 코로나 2년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소회도 많고 할 말도 많아 보인다. 우리 스스로가 한 마디씩 보태어 신년사를 정리해볼 일이다. 삶은 피폐해지고 지쳐 있지만, 새해는 언제나처럼 희망이다. 새해를 맞아 더 나은 삶, 더 좋은 사회를 꿈꿔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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