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이이야기 / 이억배 글, 그림 / 사계절

어릴 적 나의 할머니는 호랑이가 나올 것 같은 고개를 여러 번 넘어야 다다를 수 있는 지역에 사셨는데, 얼마나 시골이었냐면 과자를 파는 점방에 가려면 마을에 1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나가야 하는 첩첩산중 산골이었다. TV도 잘 나오지 않는 그곳에서 집에서 가져온 책을 읽고 또 읽으며 무료함을 달랬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동짓날에 도서관 행사를 준비하면서 호랑이 그림책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억배 작가의 《오누이 이야기》를 보며 어릴 적 내가 읽었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에 삽화가 어렴풋이 떠오를 만큼 많이 봤던 것 같다. 

오누이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했는데, 《옛이야기와 어린이책》(김환희/창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오누이 이야기는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엄마인 줄 알았던 존재가 사실은 호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위기를 벗어나고자 기지를 발휘하여 똥이 마렵다는 핑계로 나무 위로 도망을 쳤다는 이야기 원형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은 서양의 비슷한 옛이야기<일곱 마리 아기염소와 늑대>에서 일곱 마리 아기염소가 엄마를 기다리다가 모두 호랑이에 잡아먹히고 엄마의 구원을 기다리기만 하는 구성과 비교가 된다. 

이억배 작가의 《오누이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이야기 원형을 잘 살린 글과 그림으로 이뤄진 그림책이 아닐까. 2022년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도서관에서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 그림책을 찾아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춘천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도서관에 놀러 오면 안 잡아먹지~ 어흥.”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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