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택배사 중 CJ대한통운만, 사회적 합의 불이행
추운 거리로 나온 택배 노동자들, 시민들 응원과 지지 보내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한 CJ대한통운(이하 CJ)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CJ측이 노사대화에 임하지 않아, 11명으로 시작한 단식농성단을 지난 14일부터 100명으로 확대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성과를 자랑한 여당과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이다. 

지난 13일 중도선착장일대에서 CJ에게 노사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하며 열린 집회. 이날 한 참가자는 울먹이며 택배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춘천은 지난 13일 중도선착장 일대에서 양구, 인제, 춘천지역 CJ택배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5대 요구안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한 참가자는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 5대 택배사 중 유독 CJ만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지켜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발언을 통해 “근무한 지 8년이 넘었다. 지난 8년간 힘든 노동현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지난 1년간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CJ는 이를 지키지 않고, 과거로 역행하려고 한다. 당장 못 벌고 힘들겠지만, 이 파업을 통해 계속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양구에서 온 참가자는 “CJ는 지난해와 올해 택배비 270원을 올려놓고, 240원을 올렸다고 주장한다. 그중 절반인 120원을 노동자를 위해 썼다고 하는데 체감할 수 없다. 그리고 나머지 120원은 그럼 어디에 썼나? 회사가 다 가져간 거 아니냐”며 사회적 합의안대로 전부 노동자를 위해 쓰라고 요구했다. 40여 분간 진행된 집회는 도청을 향해 택배차량 행진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춘천에는 CJ택배 대리점 7개소가 있다. 지역 내 140여 명의 택배노동자 중 68명이 CJ택배노조 조합원이다. 조합원 68명 중 쟁의권을 가진 36명의 조합원이 파업 중이며, 쟁의권이 없는 32명은 배송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부분 파업을 하고 있다. 대리점으로 보면 7개소 대리점 중 2개소 파업, 3개소 부분 파업, 나머지 2개소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역으로 보면 교동, 근화동, 삼천동, 소양로2~4가, 송암동, 신북읍, 옥천동, 온의동, 요선동, 우두동, 퇴계동, 효자동 등이다. 

CJ택배노조 춘천지회 사무실로 전달된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

장학리에 사는 정 모 씨(60)는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했다. CJ더라. 안 올 줄 알았는데 이틀 뒤에 문제없이 도착했다. 택배파업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나오는 기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효자동에 사는 이학수 씨(33)는 “택배파업을 지지한다. 오죽하면 이 추운데 파업을 하겠냐.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음식 배달도 이제는 최소 40~50분 기다린다. 택배 꼭 당일에 안 와도 된다”며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했다. 파업을 진행 중인 CJ택배노조 춘천지회 사무실에는 시민들로부터 파업을 응원하는 대자보가 전달되기도 했다. 

170원과 140원의 입장 차이

CJ택배노조는 ‘지난해 CJ가 택배비를 170원 인상하고, 올해 100원을 더 인상해 사회적 합의 이후 총 270원의 택배비를 인상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CJ는 ‘170원이 아니고, 140원을 인상했다’고 반박했다. 여러 기사들에서 인상분 170원이 자꾸 언급되는 이유는 지난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이하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노·사·정이 합의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합의문’(이하 사회적 합의문)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택배 노동자 21명이 과로사했다. 이러한 실태를 바로 잡기 위해 노동자, 시민들로부터 택배 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모아졌고, 이에 노·사·정이 참여해 1,2차 사회적 합의문이 타결됐다. 사회적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170원 정도의 택배비 인상이 필요함을 확인, 인상분은 모두 택배 노동자를 위해 쓰기로 했고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고강도 작업여건 개선을 위해 분류작업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택배 노동자 작업시간은 일 12시간, 주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으며(설·추석 등 2주 이내의 불가피한 상황 예외)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것 등이다. 

CJ가 총 3천1백50억 원을 소비자들로부터 챙겨가고 있다. CJ측의 주장에 따라 계산해도 2천600여억 원.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들이 택배노동자를 위해 쓰라고 낸 상당한 금액을 CJ가 착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CJ, 한진, 우체국, 롯데, 로젠 등 국내 5대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택배비를 인상했다. 국민의 73.9%가 “인상액이 택배종사자 처우개선 등에 사용된다면 택배비 인상에 동의한다”(2021.11.국민권익위 발표)고 응답했다. 하지만 CJ는 올해 인상된 100원까지 합한 총 270원의 인상분 중 65원만 노동자를 위해 쓰고, 200원이 넘는 나머지 인상분을 회사로 귀속시켰다. CJ측 주장에 따라 총 인상된 비용이 240원이라고 치더라도 175원의 인상분을 회사가 초과 이윤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택배노동자들 죽이지 말라고 택배비 인상에 동의해준 시민들의 의지를 위반하는 처사이다. 

이 밖에도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한다’는 부속합의서를 제시, 사회적 합의에서 타결한 주 60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게 되면 보통 오후 2시에 춘천에 도착하는 물류를 그날 다 소화하라는 말이다. 대부분 주 60시간을 초과하게 된다. 합의된 표준계약서를 부속합의서로 어기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한편 CJ택배노조는 여러 기사에서 파업을 여러 번 한 것처럼 언급된 것과 달리,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총 두 번 파업을 했다. 지난해 6월 2차 사회적 합의에 택배사들이 응하지 않자 9일간 파업을 진행, 사회적 합의를 타결했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문에 따라 노동환경이 나아질 것을 기대했으나 CJ가 이를 지키지 않아, 지난해 12월부터 두 번째 파업을 이어 오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물류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하지만 CJ택배 노동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생계를 포기한 채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다. 

유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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