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을 간직한 기와집들이 등을 맞대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약사고개길, 정겨운 풍경 속에서 노란색 기와집이 유독 눈길을 끈다.

카페도 평범한 가정집도 아닌 곳, 벽에 걸린 하얀 천이 “2016년 결성된 희곡작가들의 극작 플랫폼 작두(作do)가 관리 운영하는 공간, 작당(作堂)으로서 희곡작가들의 집필 공간, 낭독극 콘텐츠를 개발하는 낭독극장”이라고 정겨운 필체로 소개하고 있다. 강동주, 손기주 작가가 문을 열고 반긴다. 

손기주(왼쪽), 강동주 작가가 플랫폼 작두(作do)에서 융복합 창작공작소 ‘창작극대화’로 새 출발을 전했다.

한 분야에서 같은 꿈을 갖고 함께 노력하는 벗을 만난다는 건 축복이다. 천상 연극인인 두 사람도 그렇다. 서울에서 연극인으로 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연극을 떠나 춘천에 왔지만, 춘천에서 운명처럼 다시 연극을 만나고 더 깊게 파고들었다. 

강 작가는 “연극 스태프를 그만두고 춘천에 왔는데 2013년 극단 도모와 인연이 닿아 <작은방>을 쓰고 <처우> 공동집필을 하며 작가로 나섰다. 희곡을 더 공부하고 작가로서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2016년 도립극단 극작 워크숍을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작두(作do)를 결성했다.” 손 작가는 “서울의 극단에서 연기와 연출을 하다 2018년에 잠시 연극을 떠나 쉼을 위해 춘천에 왔다. 그러다 통통창의력발전소 등 춘천의 공연단체와 인연이 닿아 다시 연극을 시작했다. 작두에는 2017년에 합류했다.”

이들은 소양로 기와집길 ‘문화공간 100’에서 워크숍과 낭독극을 시작으로 2019년 작당(作堂)의 문을 열며 희곡을 쓰고 <로컬푸드>, <약사동이야기> 등 네 차례 낭독극을 펼쳤다. 손 작가는 “낭독극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전 관객 반응 확인, 공연 점검 등 비용을 절감하며 작품을 인큐베이팅하는 과정이다. <본격적 귀농연극-고라니를 죽이는 방법> 등은 이곳에서 낭독극을 통해 다듬어지고 연극으로 공연됐다. 낭독극은 특화된 언어와 묘사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연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독립된 장르로 발전해왔다. 몸짓이 최소화되기에 배우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고 역량이 늘어나는 계기도 된다. 그래서 신진 배우와 작가들의 트레이닝 수단이기도 하다.” 강 작가는 “플랫폼 작당에서 낭독극을 하며 소속도 세대도 다른 동료 연극인들이 함께 역량을 키워가며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 지난해 5월 약사동과 작당을 찾아온 시민들이 적어 준 300여 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낭독극 <약사동 이야기> 때는 시민들의 호응도 정말 컸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공연 대신 녹음한 낭독극을 유튜브 채널 ‘극작 플랫폼 작두’에 소개했다.”

낭독극 <로컬푸드> 공연 모습       사진 제공=창작극대화

이렇게 지역의 문화다양성에 기여하며 성장해 온 ‘작두’는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단체의 발전과 구성원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며 성장해왔다. 이제 작가·연출가·배우·스태프 등이 모인 동아리 ‘창작극대화’로 새롭게 재창단한다. ‘창작극대화’는 ‘창작극+대화’, ‘창작+극대화’, ‘창작+극+대화’ 3가지 뜻을 담고 있다. 플랫폼의 최대목표는 구성원들이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곳, 순수예술가들이 정체성을 지키며 성장하고 좋은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곳이다. 공간의 이름도 곧 새로 짓는다. 지금까지는 작가 중심으로 4~5년 동안 희곡을 쓰고 낭독극을 발표했지만, 앞으로는 희곡과 연극을 넘어 스토리기반의 창작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 창작공작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창작극대화’의 흥미로운 ‘작당모의’가 춘천의 문화예술에 새로운 색깔을 더할 날을 기대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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