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스토리 펴냄

 조르바를 통해 잊고 있던 크레타섬을 기억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 그리스사를 스치듯 접하면서 그리스에 대한 막연한 애잔함과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꼽아두었던 기억도 함께 말이다. 그 무렵 《그리스인 조르바》를 접하였으나 번역서에 대한 애정 부족으로 완독을 포기했던 책이다. 40대 끝자락에 다다르게 되어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나는 자연인이다’를 애청하는 50대인 한집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졌다. 50대 남성들에게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데 확인도 해볼 겸 말이다. 이미 완독자일지도 모르겠다.

크레타섬으로 향하는 배를 기다리며 피레에프스 항구 카페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를 책벌레라 불렀던 소중한 친구와의 작별의 순간을 회상하던 중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책을 통해 이상향인 자유를 갈망하는 30대 화자인 ‘나’에게 온몸을 통해 대지의 기운을 느끼고 자신만의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사는 60대 알렉시스 조르바가 다가온 것이다. 키가 크고 마른 데다 머리가 핫케이크처럼 생겨 ‘빵집의 삽’이라고 불리는 조르바는 소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배짱 두둑한 그리스인이다. 심지어 그는 질그릇을 만들 때 집게손가락이 거치적거려 스스로 절단해 버리는 일도 자행한 기이한 사람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 반면 산투르(이란의 전통 현악기)를 연주하는 감성적 섬세함도 가진 조르바는 현실에, 그리고 감정에 충실한 자유분방한 연애주의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원고 쓰는 것을 좋아하며 감정이나 생각을 실천하는데 수동적인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국 둘도 없는 막역한 사이에 이르게 되며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게 된다. 훗날 조르바는 그의 인생 자체였던 산투르를 ‘나’에게 전해 주라는 유언을 남기며 생을 마감하게 된다. 

크레타섬에서 함께 한 그들의 이야기는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에게 읽히고 있다. 혹자는 필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실존 인물인 기오르고스 조르바와 함께 탄광사업을 하고 그와 어울렸던 그 경험으로 조르바의 삶을 기행 하듯이 이 책을 서술하였다고도 말한다. 필자에게 있어 조르바는 ‘인간을 속박하지 않는 지상의 신’에 가까웠으며 ‘오늘을 즐겨라!(Carpe diem)’를 충실히 이행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책의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문장들은 조르바의 자유스러운 삶과 함께 마음에 와닿았지만, 간혹 여성에 대한 표현들은 적잖은 불쾌감을 주기도 하였다.

수많은 사상적, 공간적 여행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카잔차키스는 생을 마감하기 전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나는 자유다’ 라는 묘비명을 남겼다. 과거의 일들을 반추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간 ‘또 한 명의 자유로운 조르바’가 바로 카잔차키스였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우리의 광장에서 현재, 자신의 자유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을 과감히 즐겨보자! 

조르바와 함께 춘사톡톡* 신입 회원 세 분을 모시게 되었다. 모두의 이름으로 환영한다.

안수정 (춘사톡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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