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새해를 맞은 지역 주간신문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해 한국ABC협회의 신문 부수 조작 의혹 발생 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광고 집행을 위한 새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신문 열독률 조사에 나섰다. 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만1천77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1일부터 12월3일까지 ‘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조사결과에 대해 지역신문들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구독률과 열독률은 신문 매체력을 평가하는 주요 개념이다. 구독률은 가정이나 회사에서 구독료를 내고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특정 신문을 보고 있어도 구성원들이 실제로 그 신문을 보느냐 여부는 측정할 수 없다. 열독률은 가정·직장·가판 등 모든 구독행태를 포함해서 최근 일정기간 동안 신문을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신문을 가장 많이 읽었는지 조사한 결과이다. 즉, 특정 신문이 얼마나 많이 읽히는지 알 수 있는 주요 잣대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가 종이신문 열독률에 집계되고, 꾸준히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 중에는 열독률이 아예 잡히지 않는 곳도 있었다. 구독률은 잡혔지만, 열독률은 확인되지 않은 신문사도 있었다. 전국에서 5만 명밖에 조사하지 않아 부정확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크다. 동일한 응답자 수더라도 군 단위에서 발행되는 신문과 도 단위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똑같은 가중치를 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 46곳 중 열독률 조사에 나타난 신문사는 21곳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회원사가, 구독자가 있음에도 열독률 조사에 잡히지 않는, 유령 신문사가 된 것이다. ARS 조사로 더 많은 사람을 조사하고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염려되는 점은 또 있다. 부수 조작, 과장된 매체 영향력 등 왜곡된 언론 지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맞춰 ABC협회와 C신문은 “문체부가 제기한 한국ABC협회의 신문 유가부수 조작 의혹이 틀렸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가구 독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사무실과 영업장 독자는 제외한 이번 조사에, 영업장 독자수를 더하면 C신문의 유가부수는 120만 부에 달하니 ABC협회 수치 116만 2천 부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는커녕 거대 기득권 신문사의 입지만 공고히 해준 빌미가 됐다. 

서울 등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폐해가 큰 가운데 지역의 여러 주간신문들은 각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가기 위해 고군부투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신문발전기금 예산이 2005년 251억 원에서 2016년 101억 원, 2021년엔 99억 원으로 감소하는 등 지역신문의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정부 광고 집행 지표 열독률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며 조사결과의 무효와 제대로 된 재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문체부의 옳은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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