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역을 연계하려는 사업들, 뚜렷한 연관성은 찾기 어려워
아이디어 공모, 포럼 개최 등 의미 있는 행사도 열려
대학생들에게서 직접 들어본 대학도시가 되기 위한 방안

‘시민주권’과 ‘지속 가능한 도시’가 핵심 목표였던 민선 7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민선 7기 들어 춘천시는 많은 도시를 선포했다. 선포된 도시들에 따라 춘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대학도시’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강원도에는 18개의 대학이 있다.  그 중 6개가 춘천에 있다. 원주 3개, 강릉 4개 등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대학이 춘천에 소재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역 내 대학 재적 학생 수는 4만2천405명으로, 춘천시 주민등록상 인구 19세~39세 7만4천750명(통계청 2021년 12월 기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재수 시장은 민선 7기 출범을 맞아 인사말에서 “대학의 역량이 지역에 투입되고, 지역은 대학을 지키고 육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꿈을 실현하는 도시,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대학도시가 되게 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관련 공약으로는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도시’라는 이름으로 △시와 대학 내 협력 전담조직 구축, 대학캠퍼스 분산 설치 △산학협력연구소 클러스터 조성, 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한 도시재생 등으로 4개 사업이 있었다. ‘춘천시 통하는 시장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전체 공약 50개 사업, 2조2천805억 원  중 총 803억 원이 쓰여졌다. 

출처=춘천시 공식블로그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9년 ‘춘천시 대학 협력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주요 내용은 △시의 인구증가를 위한 대학생 주소 이전 지원사업 △지역사회 및 대학 발전을 위한 공공정책 및 협력사업 발굴 △지역의 역사, 문화, 예술, 관광, 교육 등에 대한 협력 △체육, 보건 등 시민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 △주민과 함께하는 대학 축제 지원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 사업 △대학도시정책협의 구성(시장, 대학의 총장, 학장 등으로 구성) 등이다. 

법적 검토 부족했던 1개 사업 폐기

당초 약속했던 공약과 달리, 2019년 4월~7월간 진행된 ‘공약시민평가단’회의를 통해 ‘대학캠퍼스 분산 설치’는 폐기됐고, ‘산학협력연구소 클러스터 조성’은 ‘지역 맞춤형 산학협력 추진’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어 시행됐다. ‘공약시민평가단’에서 회의한 내용에 따르면 폐기된 공약인 ‘대학캠퍼스 분산 설치’는 춘천시 곳곳으로 대학 유관기관을 설치해 대학이 지역사회와 연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려는 목적이었다. 강원대 평생교육원 분원으로 가칭 ‘춘천시문화센터’를 기존 캠퍼스 밖에 신축하여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한림대 LINC+ 사업을 학교 밖에 공간을 조성해 기업과 연계성을 확보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대학설립·운영규정 제5조(교지)’ 규정에 위배돼 해당 공약이 폐기됐다. 해당 규정은 2018년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애당초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공약이었다.

대학과 지역을 연결하려 시도, 뚜렷한 연관성은 찾기 어려워 

‘지역 맞춤형 산학협력 추진’사업은 산학오픈 콜센터 구축 및 운영과 개방형 산학협력 융복합 거점 단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산학오픈 콜센터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한 것으로 기업이 대학들의 도움을 받게 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개방형 산학협력 융복합 거점 단지를 추진한다는 것인데, 지난해 9월 춘천시 우두동 일원에 착공하여 올해 상반기 준공이 목표이다. 이 사업은 한림대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준공된 단지를 통해 지역 기반 시제품 제작과 취·창업을 지원하고, 지역개방형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누룩연구소 설립을 통한 전통주 육성 기반 조성, 대학일자리센터 지원, 지역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공공승마시설 설치사업 등이 있다. 대학의 자원을 지역 기업과 연계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려는 시도이다. 

‘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대학과 주민을 연계해 도시재생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 이를 대학(교수, 대학생 등)이 운영하고, 지역 어르신이나 어린이들이 참여하게 하여 대학의 물적, 인적 자원이 지역주민들과 도시재생에 활용될 수 있게 하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추진실적으로 제시한 프로그램들을 자세히 살펴봤을 때 대학과의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아이디어 공모, 포럼 개최 등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시와 대학 내 협력 관련 전담조직 구축’ 사업은 2018년 대학 관련 업무 부서를 지정하고, 세 번의 명칭 변경 등을 통해 현재는 ‘대외협력담당관 대학교류팀’이라고 명명되어 대학도시와 관련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는 강원대에 협력관을 파견하여 대학과의 연계 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파견된 협력관에 따르면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올해 6월 개방 예정인 미래 도서관 신축 사업처럼 강원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대학생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든 사업이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1회)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위한 방안을 모집하기도 하고, 대학생 UCC 공모전(2회)을 통해 접수된 영상을 시 홍보영상이나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도 했으며 대학과 지역 상생 협력 포럼(2회)을 개최하기도 했다. 2019년에 진행한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공·폐가 리모델링을 통한 청년주택 보급 △춘천시 대학생 20대 키워드 유튜브 채널 개설 △춘천시와 대학 공동 축제 개최 등 총 10개의 아이디어가 채택돼 시 사업에 반영됐다. 포럼은 2020년에는 ‘글로벌 대학도시로 가는 길’을 주제로, 2021년에는 ‘청년과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정부와 대학의 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런 사업들은 적지만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있었고, 향후 대학과 연계 사업을 펼치는 데 의미 있는 연구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학이 많긴 하지만 근데... 대학도신가?”

대학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들에 대한 실제 대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모든 대학생을 대표할 순 없지만, 강원대 21학번 최유빈(이하 유빈) 학생과 한림대 21학번 김난용(이하 난용)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원대 21학번 최유빈, 한림대 21학번 김난용 학생과 대학도시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Q. 춘천은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알고 있었나요?

유빈 : “이번 취재요청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대학이 많아서 대학도신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용 : “대학이 많긴 하지만... 근데 대학도신가?”

이해를 돕기 위해 춘천시에서 시행한 사업들에 관해 설명해야 했다. 설명을 들은 후 여전히 학생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빈 : “사업명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취지는 알겠는데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모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신입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학교 활동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학생들에게 와닿는 사업이 있었으면 입소문이 났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난용 : “너무 이상적이다. 실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대학과 주민을 연계한다는데, 일단 연계하려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야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참여하고 싶은 매력적인 요소가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사업 중에 대학생 전입신고 지원사업과 UCC 공모전을 알아봤다.

유빈 : “강대 기숙사에 살았는데 현수막을 봤다. 실제로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상 수치를 늘리기 위해 돈을 뿌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건 관심 있는 학생들이 좀 있었다. 아무래도 전입신고만 하면 10만 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얘기가 좀 됐다. 이런 것도 좋지만 실제로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좀 더 깊이 있는 사업이 필요한 것 같다.”

난용 : “UCC 공모전은 들어본 적 있다. 참여는 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런 공모전은 학생들이 관심이 많은 사업이다. 스펙이나 지원금 등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연계 사업들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Q. ‘대학도시, 춘천’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빈 : “춘천이 도시를 브랜드화하려는 시도가 많은 것 같다. 선포만 하고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겠다. 대학도시를 내세우려면 좀 더 설득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난용 : “대학도시가 되려면 대학 수가 아니라 대학의 질이 중요하다. 대학도시를 표방하는 것 자체는 좋은 시도인 것 같다. 청년들이 많아야 도시가 활성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학생 모두 ‘대학도시’를 도시브랜드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진행되는 사업은 뭔가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난용 : “서울이 아니라면 대학 이름은 잘 몰라도 과가 유명하면 학생들이 찾는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과가 있어야 하는데 춘천은 의대 같은 특수한 경우를 빼면 내세울 만한 간판 학과가 없다. 대학도시를 만들려면 지역에 특화된 과를 집중 지원해 대학을 성장시키고, 해당 분야의 인프라가 지역의 전문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청년들이 춘천에 계속 살 수 있게 되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유빈 : “맞다. 지금 이 사업들은 내실이 없고, 거꾸로 진행되는 것 같다. 좋은 취지인 만큼 제대로 진행됐으면 좋겠고, ‘닭갈비데이’(시장이 대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갖은 만남)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학생들로부터 진지한 얘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지난해 입학한 신입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대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의미 있는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대학도시, 브랜드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고, 기존 사업을 실정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사업 자체의 큰 방향에 대한 좋은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현재 시행되는 사업들이 대학의 자원을 기업과 지역에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지적하며, 내실 있게 대학을 성장시켜야 그 전문성이 지역으로 확대, 연계될 수 있는 것이라는 의견은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내용이었다.

이재수 시장이 늘 이야기하는 “시민이 답이다”라는 말이 더욱 확실해졌다. 이 시장 역시 대학생과 관련 전문가들의 대학도시에 대한 많은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춘천시의 현실에 맞고, 실효성 있는 대학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유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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