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제 부활… 쓰레기 줄이기 위한 조치 VS 비용증가와 민원 우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은 대한민국이 최초 도입, 섬세한 운영 필요

올해 6월부터 14년 만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부활한다. 정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음료매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비용증가와 고객들의 민원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이하 보증금제)’란 카페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보증금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2018년 기준 성인 1명이 연간 마시는 커피는 353잔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커피전문점은 2014년 2만5천151개에서 2020년 7만6천321개로 늘었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 컵 사용량도 많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07년 4억2천 개였다. 2018년에는 25억~28억 개로 추산되고 있다. 2019년 그린피스가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1명이 연간 65개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플라스틱 컵이 일반 쓰레기와 섞여 버려지며 재활용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일회용 컵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정부는 2020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고 법에 따라 일회용 컵 보증금액과 보증금 제도 의무 대상자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오는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제가 시행된다. 시행에 앞서 보다 섬세한 운영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증금제 시행으로 비용 부담 증가 우려

6월 10일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음료매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효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동네에서 자그마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보증금을 받기도 조금 애매하다. 또 무작정 일회용 잔을 요구하면 거절하기도 힘들다. 또한, 코로나19로 방역에 대해 민감한 시기여서 컵 소독과 설거지 등 일감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낙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윤 모 씨(40)는 “코로나19로 아직도 공용 컵 사용을 꺼리는 손님들이 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시행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비용도 늘어나며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반면 환경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유 모 씨(40)는 “어차피 보증금이라고 하는 것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다. 보증금이 있으면 일회용 컵 회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단 투기되는 일회용 컵도 줄어들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컵 보증금 때문에 음료값이 오르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증금은 더 내는 돈이 아니라 반환받을 수 있는 돈이다. 음료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가 있고 값진 선택이다. 관련 제도가 의무화되면 일회용 컵 회수율은 높아지고 재활용은 촉진돼. 기존에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서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다. 이것을 경제적 편익으로 환산하면 연간 445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은 오염 원인자에게 환경적 책임을 메기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보증금제 시행 앞두고 과제 적지 않아

보증금제 시행까지 5개월 정도 남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용기 재질과 인쇄범위, 코팅여부 등과 관련한 표준 컵을 정해야 한다. 사용한 일회용 컵을 편리하게 반납할 수 있는 기반 구축도 필요하다. 구매한 매장이 아닌 다른 매장에 반납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공장소나 대형매장 등에 무인회수기를 놓아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반환된 컵을 재활용해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보증금제가 실제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컵이 제대로 회수 되어야 한다. 모인 컵들이 다시 사용되는 ‘순환경제’ 시스템이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번 쓴 자원을 묻거나 태우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순환경제’는 탄소중립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대한민국이 처음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보증금제도가 새로운 제품 생산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고 순환경제를 갖추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시행 중이다. 현재 독일,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미국 일부 지역 등에서 투명 페트병, 종이팩, 캔 등에 보증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이 다른 쓰레기들과 섞여 버려지며 자연이 오염되는 것을 보증금제도를 통해 막을 수 있다. 또한 물품을 수거하고 관리하는 등의 새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재생 원료의 양과 질을 높일 수도 있다.

세계가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대한민국에 관심이 모아질 수 있다. 이는 제도를 섬세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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