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작은도서관협회 소속 6개 도서관 ‘창작소 뚝딱! in 도서관’
‘어린이작업장형 돌봄’…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만들며 노는 창의놀이터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4월, 만 9세 이하 자녀를 둔 워킹맘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워킹맘의 양육실태>에 따르면, 긴급상황 시 돌봄을 요청할 수 있는 곳으로 69.3%가 ‘조부모나 친인척’을 꼽았다. ‘돌봄교실 등 공적 돌봄체계’라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심지어 ‘없음’이라는 응답 8.1%보다 낮았다. 

‘2020년 춘천시 일자리인식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워서’가 29.8%로 가장 많았다. 미취업자들이 하는 일은 육아 등 가족돌봄이 43.3%로 가장 많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자 춘천형 마을돌봄교육공동체 사업 ‘우리봄내 동동’이 지난해 시작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춘천사람들》284호) 이에 더해 춘천의 작은도서관 6곳이 ‘어린이작업장형 돌봄’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창작소 뚝딱! in 도서관’

‘창작소 뚝딱! in 도서관’ (이하 창작소 뚝딱)은 만들기·놀이·탐색·창의·능동성·문제해결·평가NO 등의 키워드를 갖고, 어린이가 스스로 만들기 놀이를 하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도서관 내 돌봄 공간이다.

비영리단체 ‘춘천작은도서관협회’는 춘천문화재단의 문화특화지역조성 시민의제사업인 ‘시민상상오디션’에 선정되어, ‘스무숲’, ‘달팽이’, ‘앞짱’, ‘책날개’, ‘꿈너머꿈’, ‘꿈마루’ 등 총 6곳에 어린이작업장 ‘창작소 뚝딱’을 조성하여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장형 돌봄을 3월까지 운영한다. ‘창작소 뚝딱’은 벤처 기부 펀드 ‘C Program’과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의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장 ‘모야’를 모델로 삼았다.

춘천작은도서관협회 김동윤 부회장은 “아파트단지와 동네에 자리한 작은도서관들은 책 문화 확산, 평생학습,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공적 돌봄체계의 사각지대가 많다. 어린이작업장형 돌봄은 누구나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집 앞이라 더욱 안심되는 곳에서 아이들의 창의적 활동이 동반되는 돌봄이다. 도서관과 시너지를 내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며 창의력·탐구력·문제해결 능력·능동성을 기를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자율, 소통, 규칙, 창의

퇴계동과 석사동, 사농동 아파트단지 내 작은도서관에 조성된 ‘창작소 뚝딱’ 6곳의 운영시간은 ‘꿈너머꿈’과 ‘스무숲’ 9~13시, ‘책날개’ 10~14시, ‘달팽이’ 11~15시, ‘앞짱’ 13시~17시, ‘꿈마루’ 14시~18시 각각 하루 총 4시간이다. 2시간씩 1,2부로 나누어 1부당 총 5명의 어린이들이 방문 또는 전화로 예약하여 기본 2시간 동안 만들기 활동을 할 수 있다. 예약 없이 방문하더라도 당일 정원이 비어 있을 때는 이용할 수 있다.

‘창작소 뚝딱’에서 어린이들은 ‘뚝딱이’로 불리며 저마다 닉네임을 갖는다. 또 자원활동가인 ‘뚝딱이 활동가들’(총 2명, 한 명씩 교대로 상주)도 닉네임으로 부른다. 개성을 존중하며 동등한 관계를 갖기 위해서다. 

어린이들과 보호자는 예약할 때 ‘뚝딱이의 약속’에 서명을 한다. 약속은 △스스로의 힘으로 창작한다 △나와 다른 생각도 존중한다 △완성의 정도는 내가 정한다 △너와 나의 안전을 지킨다 △내 자리는 내가 깨끗이 정리한다 등이다. 

현장에서 만난 ‘뚝딱이’들은 자발적으로 입구에서, ‘뚝딱이의 약속’ 소리 내 읽고 입장하기→명찰판에서 명찰 찾기→ 바구니에 재료 담기→ 작업하기→ 작업일지 쓰기→ 작업 후 자리 정리→ 명찰판에 명찰 달아 두기→ 인사하고 귀가 등의 절차를 지켰다. 단순한 만들기를 넘어 공동체 규칙과 바른 습관을 갖는 효과도 크다. 

예약 없이 처음 방문한 어린이들도 활동가의 안내를 받으며 ‘뚝딱이의 약속’에 서명하고 닉네임을 정하고 명찰을 만들었다. 이후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상상한 다음 ‘재료창고’에서 필요한 만큼의 재료를 자유롭게 집어와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롭게 만들기를 시작했다. 때로는 옆자리 친구의 도움을 빌리기도 하고 ‘뚝딱이 활동가’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뚝딱이 활동가’들은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어린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시할 뿐이었다. 한쪽에 놓인 ‘생각상자’에 궁금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종이에 적어 넣으면 또 다른 ‘뚝딱이’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만화캐릭터, 별이 빛나는 밤하늘,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장난감, <오징어게임>의 세트장 등 별별 창작품이 ‘뚝딱이’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작업이 끝나면 ‘뚝딱이’들은 활동내용과 소감 등이 담긴 ‘작업일지’를 직접 작성하며 스스로 활동을 주도한다.

스무숲도서관 창작소 뚝딱의 어린이들이 각자가 만든 것들을 자랑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 늘었다.

‘창작소 뚝딱’을 조성한 작은도서관 6곳 모두, 어린이작업장으로 인해 도서관 이용이 늘었다.

‘앞짱’의 김지희 운영위원은 “입소문이 나서 아파트단지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동네 아이들도 찾아오며 자연스레 도서관 이용도 늘었다. 핸드폰은 멀리하고 만들기에 집중한다. 뭐 하는 곳인 줄 모르고 왔다가 만드는데 재미를 붙이더니 나중에는 공동작품도 만든다. 처음엔 도서관 운영도 힘든데 돌봄까지 할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범운영이 끝나도 지속하고 싶다. 경험과 능력을 갖춘 돌봄 분야 자원활동가들을 배출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꿈마루’의 최강미 활동가는 “코로나 영향으로 도서관 이용이 줄었는데 뚝딱이 생기자 호기심에 찾는다. 간섭없이 맘껏 만드니까 더 자주 찾고 새로운 친구도 사귄다. 만들기를 좋아하지 않던 아이도 성취감을 얻으며 빠져든다.” ‘달팽이’의 최어진 활동가는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표현도 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등 눈에 띄는 변화도 나타났다. 활동가로서 개입하기보다는 ‘창의력이 대단하다’, ‘기발하다’ 등 칭찬과 응원을 한다”라고 말했다.

어린이와 학부모의 반응도 좋다. 사농동 현대아파트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재활용품을 가져가 기발한 장난감을 만들어 오는 등 창의력이 늘고 성취감을 얻는 게 정말 좋다. 소수 인원 예약제라서 방역도 안심된다.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보고 도전할 수 있는 샘플이 있어서 좀 더 확장된 창작활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앞짱’에서 만난 학부모 최진환(46·스무숲) 씨는 “뚝딱이 생기고 아이가 도서관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엄마들도 안심하고 일을 볼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이가윤(성원초4) 어린이는 “예전에는 놀이터에서 놀거나 집에서 컴퓨터를 했는데 요즘은 뚝딱에 온다. 더 오래 문 열고 방학이 지나도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홍지후(성림초5) 어린이는 “뚝딱 때문에 꿈너머꿈 도서관을 알게 됐다. 전에는 학원이 끝나면 집에서 놀거나 근처 할머니 댁에서 놀았다. 동생도 데리고 왔다.” 정예서(신동초4) 어린이는 “검정색 도화지랑 단추를 가지고 밤하늘을 만들고 있다. 학원이 끝나면 갈 데가 없었는데 뚝딱에 오늘 처음 왔다. 이제 친구랑 매일 올 거다”라고 말했다.

‘춘천작은도서관협회’ 홍선희 회장은 “창작소 뚝딱은 방학이 없고, 집 앞이라 혼자 다닐 수 있고 책과 가까워진다는 장점이 크다. 도서관이 조용히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재밌는 놀이터가 되어 도서관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허문다. 문제를 만나면 책을 통해 답을 얻기도 한다. 다양한 아이들이 와서 새로운 친구도 생기고 관계도 확장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도 비쳤다. “운영시간도 늘어야 하고, 일반주택 단지의 어린이들의 접근성 등 아쉬움도 있다. 때문에 작은도서관이 더 늘어나고 그곳에 창작소 뚝딱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시범운영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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