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 기자

예전에 어떤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외국에 유학을 하러 간 한국 학생이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해 쓰레기가 곳곳에 넘쳐나자, 좋은 마음에 쓰레기를 주웠다. 그러자 현지인이 그 행동을 말리며 그대로 둬야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오래전에 들은 강의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쓰레기가 곳곳에 있어 더럽고, 냄새나는 불편함을 참는 것으로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응원이었을 것이다. 

지난 13일 중도선착장 일대에서 CJ택배 노조가 집회를 열었다. 한 노동자가 발언을 하며 울먹였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딸이 다가와 “아빠, 파업 언제 끝나?”라고 묻자, “글쎄”라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투쟁으로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돼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내용을 받아 적다가 눈시울이 뜨거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기사들이, 택배를 받지 못해 짜증 섞인 내 마음이 그의 어깨를 한층 더 움츠러들게 만든 것은 아닐까.

택배 꼭 당일에 와야 할까? CJ택배 노조가 파업하는 이유 중 CJ대한통운이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많은 시민들이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걱정하며 요금 인상에 동의도 하고, 무리한 당일 배송도 필요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왜 CJ대한통운은 저런 원칙을 내세워 택배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일까. 이 추운 날, 밥까지 굶으며 싸우게 하는 것일까. 《춘천사람들》 305호, CJ택배 파업에 관한 기사를 쓰며 인터뷰했던 한 시민은 “빠른 배달이 익숙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새 4~50분은 기본으로 기다린다. 그만큼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택배도 마찬가지다. 2~3일 걸리는 게 기본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CJ택배 파업이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물건이 잘 오는 곳도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물건을 받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소비자 입장으로서 택배 노동자들 과로사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처음엔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고, 기다리다가도 오지 않는 물건에 속이 타 점점 답답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몇 해 전, “택배노동자들이 물을 대량으로 주문했을 때 배송하는 게 그렇게 힘들대. 그래서 난, 물은 내가 들 수 있는 만큼 그때, 그때 사먹어”라고 말하던 친구가 있었다.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친구는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했던 것이다. 사람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일들은 불편함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쉽지는 않지만, 그런 불편을 견디는 마음이 열악했던 노동 환경 한구석을 밝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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