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철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과 정책을 내기에 바쁘다. 대선 후보자들은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지선 후보자들은 지역의 브랜드를 지역발전을 의제로 내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대학도시도 그런 정책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학도시의 개념도 모호하고,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법적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구호성 공약이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강원 대전환 선대위는 ‘일자리가 있는 대학도시 강원도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를 주제로 도내 9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학도시’ 조성을 20대 대선의 강원도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학도시 조성은 강원도에만 특화된 공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의심된다. 실제로 이재명 대선후보 직속 미래경제위원회(위원장 이광재)는 지난 19일 대구에서도 ‘영남권 대학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광재 위원장은 지방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대학·기업·혁신도시 전략을 써야 하며, 대학 안에 기업이 들어오고 학과가 특화되면 학생들의 취직이 굉장히 용이해 진다고 했는데, 강원도 토론회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강원도 내 대학도시 조성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의제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채택될지도 확신할 수 없어 보인다. 어느 지역에서나 조성하겠다면 ‘대학도시’는 한낮 선거운동의 구호가 아닐까? 

춘천은 이보다 앞서 2018년 지선에서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도시’를 공약한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는 민선 7기 출범 인사말에서 “대학의 역량이 지역에 투입되고, 지역은 대학을 지키고 육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꿈을 실현하는 도시,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대학도시가 되게 하겠다”고 했다. 실제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도 투입하고, 관련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9년 ‘춘천시 대학 협력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시의 인구증가를 위한 대학생 주소 이전 지원사업 정도 말고는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다. 건당 10만 원씩 지원하던 사업도 성과보고나 평가도 없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시와 대학 내 협력 관련 전담조직 구축’사업도 2019년부터 강원대에 협력관을 파견하여 대학과의 연계 사업을 강화해나가는 정도에 그쳐 대학도시 정책이라 부르기 민망하다. 강원대 평생교육원 분원으로 가칭 ‘춘천시문화센터’를 학교 밖에 설립하려던 공약 등은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위배되어 공약 자체가 폐기됐다. 법적 검토도 없이 공약을 했다는 말이다. 

대학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이나 정책을 보면 대학도시라는 개념부터 정립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미국의 대학처럼 캠퍼스타운을 만들겠다면 현재의 법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이다. 소위 일류대학이라 불리는 유명대학이나 그 캠퍼스를 유치하거나 대학의 숫자가 늘어나는 걸 대학도시라고 한다면 대입정원이 줄어들고 지방대학이 소멸해가는 현실을 고려해봤을 때 시대착오적이다. 실현 가능성과 법적 검토도 없이 아이디어로 발표되는 공약은 정책이 아니다. 이걸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 유권자는 이래저래 피곤하다. 그러나 가려낼 것은 가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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