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진 기자

“동료선수들과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 말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선수가 했던 말이다. 근데 이 말이 현실이 됐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 모두 페널티 판정으로 결승 진출을 못하게 됐다. 황대헌 선수는 준결승전에서 1위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사유였다. 이에 결승 진출을 못하게 되면서 중국의 런지웨이 선수와 리원룽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다. 이준서 선수는 준결승전에서 2위로 들어왔음에도 헝가리의 리우 샤오앙 선수와 접촉 과정에서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사유로, 이준서 선수 대신 3위로 들어온 중국의 우다징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들이 위와 같은 사유로 탈락하면서 결승에 중국 선수 3명이 출전하게 됐다.

결승에서 중국 선수 3명과 헝가리 선수 2명이 레이스를 펼쳤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이 또 이어졌다. 헝가리의 리우 샤오린 산도르 선수가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왔지만 레인 변경 과정에서 접촉이 있었다는 사유로 어김없이 실격처리 됐다. 따라서 2위로 들어온 중국의 런지웨이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은메달도 중국의 리원룽 선수가 받게 됐다. 

앞서 진행됐던 혼성 계주 준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헝가리, 미국에 이어 중국이 3위를 기록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듯 했지만, 10여 분 동안의 비디오 판독 결과 미국과 러시아가 페널티를 받으며 중국은 2위로 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금메달을 땄다. 준결승전에서 중국은 결승선까지 13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런지웨이 선수와 장위탕 선수 사이에 러시아 선수가 방해했다. 이는 명백한 러시아의 페널티였다. 미국도 라이언 피비리토 선수가 코스 기준선인 블루라인을 넘어섰기 때문에 반칙 사유가 충분했다. 하지만 중국도 선수교대 당시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중국, 러시아, 미국 세 개의 팀이 모두 실격을 받아야 했지만, 미국과 러시아만 실격됐다. 이 상황을 보며 곽윤기는 “‘내가 꿈꿨던 금메달 자리가 이런 것인가’라고 반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판정을 거쳐 중국은 기어이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이 금메달이 과연 공정하고 떳떳하게 딴 메달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쿠베르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설자가 주창한 올리피즘 즉,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해서 심신을 향상시키고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며 우정, 연대감,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지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마치 올림픽 정신을 모르는 경기와 같았다. 올림픽을 위해 각 나라의 모든 선수들은 4년을 열심히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최국의 편파판정 등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됐다. 선수들이 4년 동안 준비한 노력과 땀방울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남은 올림픽 기간에는 올바르고 공정한 판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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