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건 파기환송, 부당한 판결 비판 기자회견 열려
상복 입고 참석한 성폭행 피해자 유족 오열

상복을 입고 참석한 피해자 어머니는 “딸을 살려내라. 피해자를 죽인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라”며 절규했다.“솔직히 성관계할 때 명확히 ‘하자’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 없는 태도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성범죄자에게 춘천재판부 형사2부 견종철 부장판사는 2심 재판 결과보다 2년을 감형해, 최종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에 반발해 지난 16일,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강원여성연대와 강원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가 성폭행 피해자 어머니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3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사법부의 부당한 재판과 재상고하지 않는 검찰을 규탄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강원여성연대는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피해자는 하늘나라에서 울고 있다. 가해자는 지금 자신의 형량이 높다며 낮추기 위해 액션을 취하고 있다. 안타깝게 자신의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사법부에 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라

강원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 최근화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진정하게 치유·회복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과 그에 따른 행위가 중지돼야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가가 성폭력 사건에 개입해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가해자의 엄중한 사법적 처벌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검찰은 재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다시 온전한 법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가해자가 제 딸을 죽였습니다.”

지난해 억울하게 어린 딸을 잃은 피해자 어머니는 “내 딸을 죽인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아이(피해자)에게 계속해서 2차 가해를 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던 아이(피해자)에게 수치심과 고통을 주고, 상처를 줬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착한 제 딸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가해자는 제 딸을 죽였습니다. 가해자는 단 한 번도 죄를 인정하지 않고,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긴 시간을 열일곱 살, 열여섯 살 감당하기 힘든 어린 나이에, 생각지도 못했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파렴치한 가해자 때문에...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에 한 국민으로서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아이의 죽임이 헛되지 않게 엄벌해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정의를 보여주세요”라고 오열하며 어렵게 말을 했다. 

2심보다 형량 낮춘 파기환송 재판부 판단,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2019년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했고, 이에 괴로워하던 피해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통해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학폭위에서 강제전학 조처를 내렸지만, 이에 불복하자 피해자 어머니가 해당 내용을 알리는 1인 시위를 했다. 

이후 고소를 통해 사건이 진행됐고,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9년, 3심에서 파기 환송해 징역 7년으로 판결됐다. 2심을 진행하는 도중,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며 가해자 가족,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2차, 3차 가해를 당하던 피해자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기장에 괴로워하던 흔적들이 가득했고,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나온대. 내 인생을 망가뜨린 가해자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더 이상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을 내놨다. 검찰은 이러한 판결에 재상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어머니는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내 딸이 죽었겠나? 어떻게 이렇게 판결할 수 있냐”며 분노했다.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의’

이미 오래전인 2015년, Emmeline May & Blue Seat Studios에서 제작한 영상인 ‘동의는 차 마시는 것과 같아요’에서 성관계에서의 ‘동의’에 대해 차를 마시는 행위에 비유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사건 가해자는 의식이 없던 피해자에게 뜨거운 차를 억지로 마시게 한 전형적인 성폭행 사건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이 영상은 성관계에서 동의, 비동의, 동의의 지속과 철회 등을 차를 마시는 행위와 비유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당신이 성관계를 시도하기 전에 상대에게 차를 끓여준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시작하는 이 영상은 ‘의식이 없는(잠들거나, 술에 취해) 상태의 상대방에게 당신이 정성 들여 차를 끓였다 해서 억지로 차를 마시게 하지 마라. 의식이 없기 전에 차를 마시겠다고 했다가 차를 끓이는 동안 의식이 없어진 상대방에게 억지로 차를 입에 들이붓지 마라. 차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끓였는데 나중에 상대방이 차를 안 마신다고 해서 화를 낼 권리는 없다’ 등의 상황을 얘기하며 성관계에서의 동의도 이와 같다고 말한다. 

이번 성폭행 사건 가해자는 성관계를 할 때 명확히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도 갖고 있지 않았고, 의식이 없는 상태인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의식이 돌아온 후 괴로워하는 피해자에게 신고를 못 하도록 협박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나는 쓰레기다”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으나 학폭위가 열리고, 피해자의 고소로 재판이 진행되자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학폭위에서 취한 강제전학 조치에 불복하는 등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현재도 7년 형이 많다며 지난 15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해놓은 상태이다.

유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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