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가족상담전문가 심리상담사)

우리는 중요하게 여기는 역할이나 건강을 잃었을 때, ‘상실’을 경험하며 우울하다는 표현과 함께 슬픔을 경험한다. 우울해지면 그 우울함이 또 다른 상실을 낳으며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주변 사람에게는 같이 지내기 힘든 사람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사람은 소중한 누군가나 무언가를 잃으면 애통해하기 마련이다. 그 애통함을 표현하는 행위나 말로 그 사람의 슬픔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화냄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분노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조용한 침묵으로 애통을 말하기도 한다. 각자의 행위와 언행을 통해 그 사람의 고통을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때 실컷 울기라도 하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억지로도 흘리기 힘든 것이 바로 눈물일 것이다. 

눈물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흐르지만, 특히 슬플 때는 정서적 심리상태를 가장 최단기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눈물만큼 좋은 감정표현은 없을 것이다. 

‘눈물은 치유로 가는 관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마음 샘의 깊이를 들여다보면 좋겠다.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지는 않은지, 메말라 있지는 않은지….

필자가 살던 고향에서는 마을 중심에 공동 우물가가 있었다. 물을 길어서 먹었고 그곳에서 빨래도 하고 하루종일 시끌벅적한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매일매일 온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곳,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그 우물가에 1년에 한 번씩 대청소하는 날이 있다. 이끼가 끼고 물때가 끼어 수중초까지 자라서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날이다. 이뿐이겠는가! 동네 아이들이 놀다가 들어간 막대기, 구슬, 동전 등 온갖 쓰레기가 바닥에 쌓여 있기도 하다. 그곳을 마을 사람들이 대청소로 물을 다 퍼내고 깨끗하게 닦고 새 물을 받고 보면 어느새 맑고 깨끗한 물로 청정 우물가로 변신해 있다. 물이 나오는 통로에서는 새 물이 펑펑 잘도 나온다. 이처럼 한 번 대청소가 이뤄진 샘물이 정화되어 맑은 물로 온 동네를 살려준 것처럼 우리네 마음의 우물가도 한번 청소를 해 보면 어떨까?

지난 세월 속에 쌓아 두었던 묵은 감정의 찌꺼기들을 퍼내고, 까끌까끌 타인에 대한 불편한 심기들을 걷어내며, 새 물을 받아 맑고 깨끗한 마음의 우물로 채워보면 어떨까? 그동안 온갖 잡동사니로 물길이 막혀 새 물이 잘 나오지 않았던 곳이 물길이 뚫려 정화된 맑은 물이 동맥처럼 흐르듯이, 마음의 물길도 청소하다 보면 깨끗하고 맑은 물로 새로운 기운이 흐를 것이다. 새로운 기운으로 봄을 알리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움직이고 있다. 거기에 한 번쯤 편승하여 함께 움직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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